관산중학교(교장 지종문)는 2025년 12월 23일(화), 2025년 12월 24일(수) 이틀에 걸쳐 학년별 이중언어 말하기 발표회를 시청각실에서 가졌다. 이주배경을 가진 학생만이 습득할 수 있는 두 개의 언어 능력을 발휘하는 시간이다. PPT를 제작하여 시청각 효과를 보여주면서 한국어와 모국어를 차례로 말하기를 진행하였다. 각 반에서 1명 이상 대표를 선발하여 학년별로 학생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터라 큰 용기가 필요한 과정이자 도전할 기회다. 2025년은 이중언어 자율 동아리를 운영하여 원고 쓰기, 말하기 연습, PPT 제작, 다른 친구가 발표할 때 도움을 주는 일, 경청하기, 적극적인 호응 등을 연간 연습을 하였다. 쉽지 않는 과정을 거쳐 이를 극복하고 마침내 연단에 올랐다.
이중언어말하기 발표회 주제는 자유롭게 정하기로 하였다. 무슨 이야기든지 친구들과 선생님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정하고 발표자는 본인이 발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해마다 이중언어말하기 발표회를 전개하는 목적은 학생들이 이중언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성공 경험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으로 육성하고자 한다. 시작에 앞서 염경미 국제혁신부장은 “우리학교는 해마다 이중언어말하기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야말로 우리 학교의 특성이 가장 잘 반영된 교육과정이다. 모든 학생들이 이중언어 말하기 능력을 신장하여 우리 사회의 믿음직한 일꾼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학교는 2022년부터 해마다 교내 이중언어말하기 발표회를 진행하였다. 이주배경 학생이 80%에 이른 본교의 최대 강점은 이중언어가 가능한 학생을 발굴하여 능력자로 육성하는 일이다. 2023년에는 김우성, 카리나가 경기도대회에 진출하였다. 2024년에는 최빅토리아, 윤윤이 두각을 드러내어 경기도에 이어 전국대회까지 진출하였다. 2025년에는 김희센, 이연정, 로라, 최승민, 최빅토리아가 서울대에서 열린 제1회 이주배경청소년 이중언어말하기대회에 나가 모두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12.23.(화) 5교시에 1학년 이중언어말하기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이야기 제목만 보아도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할 것이다. 1학년에서는 5명의 학생들이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쉬운 점은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한 친구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단 1명도 나오지 않은 점이다. 이주배경은 중국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아주 어릴 적에 한국에 왔을 경우엔 한국어가 모국어가 된다. 따로 중국어를 배워야 하지만 배우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에 선택 언어를 제3 언어로 할 수 있는데 1학년에서는 효경, 지연이가 영어를 선택하여 발표를 하였다. 이어서 6교시에는 2학년 발표자 6명이 긴장하며 기다렸다. 텐 다닐은 카자흐스탄에 살던 추억 중에서 길고 추웠던 겨울, 무료하던 당시에 콤소올 호수가 꽝꽝 얼면 그곳에서 스케이트를 탔다고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으로 이주한 다닐은 한국어 발음이 좋고 원고도 잘 썼다. 새로운 인재의 등장이다. 지난해에 이주한 정희는 겨울방학 때 하고 싶은 것을 발표했다. 친구들과 같이 홍대 거리도 가보고 싶고 독서도 많이 하고 산책도 하고 한국 음식도 많이 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잘리나는 우리학교의 장점으로 다섯 가지를 들었는데 ‘선생님들이 너무 친절하다. 급식이 맛있다. 다문화학교다’ 등 자신의 소감을 밝혔다. 한 사람 한 사람 이야기를 귀담아들은 2학년 학생들은 발표를 마칠 때마다 큰 박수와 환호로 적극적인 호응을 해 주었다.
12.24.(수). 2교시에는 마침내 3학년 학생들이 펼치는 이중언어말하기 발표회가 열렸다. 3학년 대표들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나와서 친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에는 ‘오뉴월 하루 땡볕이 무섭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먼저 태어난 자의 자연성장도 있는 법이다. 1, 2학년에 비해 일취월장 우뚝 자란 3학년들은 모든 면에서 단연 우수하였다. 이중언어도 중국어, 영어, 베트남어, 러시아어가 등장했다. 모국어도 놓지 아니하고 한국어를 익히니 이중언어 능력자가 될 수 있었다. 특히 발표자와 짝으로 도우미 한 명을 두어 원고 작성부터 PPT 만들기, 연습 과정까지 같이 한 친구가 있었다. 도우미는 발표자를 소개하고 PPT를 넘겨주는 역할을 했다. 청중인 3학년들은 거의 축제 분위기를 만들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한편 이중언어가 아니라 다중언어인 러시아어, 영어, 한국어를 익힌 소피야의 발표를 들으며 배우는 자의 적극성, 능동성이 느껴졌다. 그들은 모두 발표를 하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쳐 친구들 앞에 나서기 부끄러웠으나 용기를 내어 도전했다. 이 친구들에게 친구들과 선생님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2025년, 국제부에서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이중언어말하기발표회를 준비했다. 3학년은 권지현 선생님, 1~2학년은 송근복 선생님이 맡았다. “사춘기 학생들이라 많은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를 내어 선생님들과 친구들 앞에 선 발표자들에게 큰 박수를 주시고 경청해 주세요”라고 시청각실에 모인 학생들에게 당부하였다. 이에 화답하듯이 1, 2, 3학년 학생들 모두가 훌륭한 청중이 되어서 발표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한 과정을 보신 지종문 교장 선생님은 “3학년 발표회를 보니 모든 학생들이 이렇게 자발적인 학습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학교 내에서 이렇게 이중언어말하기발표회를 꾸준히 하는 우리 학교가 자랑스럽다”고 하시며 “보다 많은 데(안산시교육지원청, 안산시청,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청 등)서 이중언어 능력자를 발굴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학생들이 능력 발휘의 기회가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오늘 3학년 발표자 중에서 서명월은 2023년 2학기에 취학하여 예비학교, 특별학급, 개별수업 과정을 거쳐 오늘 이렇게 발표하기까지 한국어를 가르쳐 준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한국어를 잘 못해도 배려해 준 친구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했다. 2024년 2학기에 취학한 세쿠와 이하은이 발표자로 등장하여 자기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모국어를 같이 쓰는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소수어라 빨리 한국어를 익힌 세쿠나 하은을 볼 수 있었다. 중국어나 러시아어와 같이 동일한 언어 사용자들을 한 학교에 밀집시키면 생활에서 모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어 학습이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나아가 예비학교, 특별학급 과정이 한국어를 익히는 데에 큰 기여를 하는 게 드러났다. 홍임순 교감 선생님은 “학생마다 고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학생들이 모두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발표회가 되어 더없이 기쁘다”라며 “이렇게 이중언어 능력자를 길러내는 게 우리 교육인 것 같다. 힘들지만 보람있는 과정이다. 고생 많으셨다”고 담당 교사들의 노고를 칭찬했다. 고생한 만큼 보람찬 일은 발표자도 훌륭했지만 이야기를 듣는 청중 학생들의 태도가 더할 수 없이 좋았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친구들의 듣기 자세가 좋아서 말하는 자의 발표와 상호작용하면서 어우러졌다. 도우미 학생이 발표 학생과 나란히 서서 PPT 시각 자료를 보여주면서 들려주니 듣는 학생들이 집중하여 듣고 큰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해 주었다. 3학년에서 발표자와 도우미가 함께 등장한 것은 이중언어발표회에서 새로운 시도로 좋은 모델이 되었다.(글 염경미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