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이후


지난 겨울 내내

얼어붙은 창가를 서성거리던

애틋한 마음들이 서로 만나

하나, 둘 꽃봉오리를 피웠을

온 가지에

그리도 무성하게

봄밤을 흔들던

그리도 찬란한 자취는 사라지고

꽃을 보낸 그 자리에

눈부신 어린 초록이 돋아

허기진 가슴을 적시고

가난한 길목을 비추고 있어

첫눈처럼

첫사랑처럼

떠나간 꽃들의 애틋한 헌사를

기억하듯이

시 이낭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