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돌았을지도 모르지
뭉긋, 피어난
크림슨의 꿈이 애잔한 신새벽
골목길을 나서다 보았어
민둥산처럼 해방촌 철거된 잔해들
흙더미에 잠긴 시간이 흘러내려
주르르.....
어루만지는
성탄이 가까운 예배당
그러다,
문패가 떨어져나간
부서진 집 갈라진 문틈으로
바람처럼 스친
아기의 첫 울음소리
가난한 아비의
그 눈부신 탄성이
쏟아지는 별을 보다가
와락, 흩어졌을
가난한 청년이 끄적이던
신춘문예 원고더미들의
슬픈 얼굴이
성탄이 가까운 아침
잔해더미에서 울려퍼지는
그 가난한 사랑 노래가
시 ㆍ사진 이낭희(행신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