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는 노벨문학상을 두 번이나 받은 나라다. 첫 수상자는 어린 시절 포도밭을 ‘달빛을 머금은 에메랄드’라고 표현했던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로 194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철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파블로 네루다로 1971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네루다의 본명은 네프탈리 리카르도 레예스 바소알토Neftali Ricardo Reyes Basoalto라는 긴 이름이다. 처음에는 파블로 네루다라는 필명을 사용했으나 나중에는 아예 이름을 파블로 네루다로 바꿔 일생을 살았다. 사랑의 시인, 민중의 시인, 그리고 자연의 시인이인 파블로 네루다는 아르띠예리아 언덕에서 사랑했던 연인인 세 번째 부인 마틸데 우루티아와 함께 살며 그녀를 위해 100편의 소네트를 쓴 배경이기도 하다. 파블로 네루다가 사랑했던 연인 마틸데 우루티아와 함께 오르내렸을 계단을 오르내리며 강렬한 태양 아래 네루다의 사랑을 상징하는 강렬한 색상으로 칠해진 벽화들을 보며 마틸데 우루티아를 위하여 쓴 네루다의 시 속으로 들어가 본다.
당신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사랑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모든 살아 있는 건 두 면이 있으므로;
한마디 말은 침묵의 한쪽 날개이고,
불은 그 차가운 반을 갖고 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하기 위해 당신을 사랑한다,
무한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걸 멈추지 않기 위해:
그게 내가 아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이유.
-사랑의 소네트 44 일부-
'내 사랑하는 아내여. 이 작품들을 당신에게 바치며 느끼는 행복감은 사바나처럼 광활하다'라고 서문에 적은 네루다의 고백이다. 「일 포스티노」 영화에서 네루다와 함께 칠레의 해변을 거닐었던 여인이 바로 세 번째 부인인 마틸데 우루티아이다. 부인과 함께 춤을 즐기고 사랑하는데 온 정열을 쏟던 남자는 세계적 민중 시인이기도 했다.
시집 사랑의 소네트 100은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처럼 낭만적이고 정열적인 네루다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아르띠예리아 언덕에서 내려와 바다가 보이는 멋진 레스토랑에서 바다를 보며 점심으로 해물탕과 문어요리를 시켜 먹었다. 그리고 계산하는 과정에서 10000페소짜리를 내야 하는데 1000페소짜리를 지불해 우린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끔 돈의 가치가 헷갈릴 때가 있다. 특히 이번 여행처럼 여러 나라를 한 번에 다닐 땐 더욱 그렇다. 점심값으로 10000페소짜리를 내야 하는데 금액의 10분의1인 1000페소짜리 지폐로 지불하고 거스름돈을 달라고 해서 카운터를 당황하게 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였다.
비냐델마르로 넘어와 모아이가 서 있는 고전박물관에 들렸다. 입구에 서 있는 진짜 모아이 석상을 보며 제주도의 돌하르방과 비교해봤다. 제주 돌하르방은 뭉툭한 코가 상징적이며 둥그런 모자를 쓰고 있다. 그리고 작은 구멍이 많이 나 있는 현무암으로 만들어졌는데 모아이 석상은 응회암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고전박물관은 이스터섬의 원주민 Rapa Nui의 유적들을 전시한 곳이며, 박물관 설립자인 퐁크와 이스터섬의 라파누이의 친밀한 우정의 증표로 모아이 석상은 1951년에 이스터섬에서 배에 실려 이곳으로 왔다는 것이다. 고전 박물관 마당에는 모아이 석상과 어린 시절 포도밭을 ‘달빛을 머금은 에메랄드’라고 표현했던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의 동상도 서 있었다. 산티아고 공항에서 비싸서 사지 못했던 모아이 석상을 기념품으로 팔고 있어서 응회암으로 만들어진 작은 모아이 석상도 하나 살 수 있었다.
칠레 본토에서 3700km떨어진 이스터섬에 있는 모아이 석상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발파라이소까지 따라 왔는데 모아이 석상의 실물을 영접할 수 있었으며, 100년이 넘은 나무 아센소르를 타볼 수 있었으며, 아르띠예리아 언덕의 아름다운 벽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 김양숙, 1990년『문학과 의식』시 등단, 2025년 탄리문학상 수상,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비 수혜, 2017년 [시와산문 작품상] 수상, 2013년 부천문화예술발전기금수혜. 2009년 [한국시인상] 수상, 시집 『종이 사막』,『지금은 뼈를 세는 중이다』,『기둥서방 길들이기』,『흉터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고래, 겹의 사생활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