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독일 다름슈타트 숲미술센터 개막식의 우테 릿첼(Ute Ritschel)

지역미술인을 방문하고 있는 우테 씨


우테 릿첼(Ute Ritchel) 씨는 인류학을 공부했으나 미술기획자로 다름슈타트에 있는 세계숲미술센터(Internationale Waldkunst Zentraum)를 운영하며 격년제 '숲미술축제'와 교육프로그램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네 번째 '세계 예술유목'을 개최해 선도국 한국보다 많은 횟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묵묵히 외조하는 컴퓨터 엔지니어 출신 남편 요르겐과 슬하에 외동딸 안나가 있다. 안나는 은행에 근무하는 엠마뉴엘라와 결혼해 세 아들을 두었다. 이들 가족은 개방적이며 언제나 사랑이 넘친다.

처음 다름슈타트 ‘숲미술축제’에 초대된 것은 2014년 여름이었다. 교직을 퇴직하자마자 세계 예술유목 총감독을 맡아 유럽으로 개척의 길을 나섰다. 마침 핀란드와 독일에서 국제행사에 초대받게 되어 별도의 예산 없이 목표한 바를 실행할 수 있었다. 그해 ‘숲미술축제’는 20여 명의 국제 작가들이 참여한 행사로 2002년 첫 삽을 뜬 후 10여 년의 경험과 축적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출품한 '큰 바퀴(A Buddha's Wheel)'은 호응을 얻어 '다름슈타트 에코'에 머리기사로 실리고 작품이 있는 현장에서 TV 방송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2021년 자연으로 돌아갔다며, 우테 감독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가 된 것 아니냐?”라고 은근히 초대를 예고했다. 두 번째 참가는 2022년 국제숲미술축제 20주년 행사였다. 그해는 3년 가뭄으로 다름슈타트의 숲에 많은 나무가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사라진 나무를 회상하는 사람의 모습을 5미터 높이로 대나무를 엮어 세우고 '잃어버린 나무(The lost Tree)'라고 명명했었다.

2014년 독일 다름슈타트 설치작품 _법륜_과 함께 tv방송 녹화장면

이응우 작, 잃어버린 나무(The lost Tree), 2022

올해 이곳에 온 다음 날 아침 산책길에 작품을 찾아갔다. 설치 후 4년째인데 작품은 큰 손상 없이 잘 버티고 서있었다. 몇 년 사이 이웃 작품이 새로 들어오고 일부 오래된 작품은 주변 자연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많은 산책객이 끊임없이 오가는 숲속의 길, 가끔 마주하는 작품은 관람객에게 끝없이 숲의 노래를 불러준다. 가까운 곳에 독일의 문호 괴테가 자주 찾아와 이름 붙은 '괴테의 못'과 그의 흔적이 있어 이 숲미술 공원의 위상을 높여준다. 어쩌면 작품이 있어 더 고졸한 향취를 불러와 이제는 다름슈타트 사람들의 자존심이 되었을 것이다.

우테 감독은 한 때 중국에 진출해 ‘숲미술 축제’를 진행했었다. 그때 야투와 만남이 이루어졌으며, 이후 서로 교류의 폭을 넓혀 '자연미술'의 이름으로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현재 이 숲미술센터는 독일은 물론 서부 유럽을 대표하는 자연미술 플랫폼으로 입지를 구축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예술기획자와 소수의 사람이 쌓은 탑이 이토록 유의미한 것이다. 그런데도 우테씨는 최근 고민에 빠져있다. 어느덧 70의 나이를 바라보게 되었으나 자신의 뒤를 이어줄 사람을 만나지 못한 때문이다. 센터에 나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10여 명이 넘지만, 예술적 전문성과 기획자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미래를 향한 비전을 갖춘 인재는 드문 것이다. 머지않아 그의 뒤를 이어줄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원한다.

우리는 우테감독과 오랜 교분으로 신뢰를 쌓았으며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각각 의미 있는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는 미술적, 문화적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문턱은 쉽게 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처음 공주 곰나루에서 행위미술을 통해 자연미술에 입문한 후로 어느덧 45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거울 속 하얗게 서리 내린 저 남자는 누구인가?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니 우수 더욱 깊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