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춤, 연꽃
나는 3학년 말 예비고사를 거쳐 공주사대 미술교육과에 합격했다. 역사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성적이 부족하여 망설이던 때 교육학과에 다니던 형님이 미술과를 보라고 권했다. 당시 입시요강 중 나를 사로잡은 것은 시험에 수학이 없고 모집 정원이 10명이 늘었다는 것이었다. 본고사까지 남은 한 달은 내 인생 중 가장 절실했던 순간이 되었다. 그리고 미술로의 전환은 '건곤일척'이 되어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듯 나는 관문을 통과했다.
대학에 들어와 비로소 처음 학생이 된 기분을 느꼈다. 이제부터 새로운 경주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허상을 좇아 방황했던 시절의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 두세 배 학업에 열중했다. 대학에서 만난 훌륭한 동료와 선후배의 교류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며 평생 나의 자산이 되었다. 특히 존경스러운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사랑은 나를 더욱 여물게 하고 인성이 좋은 사람, 그리고 괜찮은 작가가 되는 길잡이가 되었다.
대학에 다니며 학교 밖에서 만난 인연으로 자연미술을 연구하게 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변화이며 행운이었다. 졸업 후 학교에서 33년 미술을 가르쳤다. 특히 충남예고에서 보낸 12년은 내 인생 최고의 축복이었다.
자연미술 특강
2014년 퇴직하고 자유롭게 여행하며 전 세계를 예술로써 유목하는 삶을 꾸려가며 작업을 향한 굶주린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자연미술'이 곧 미술 안에서 농사짓는 일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나는 문화 예술의 들판에 미술로 일하는 농군이 된 것이다.
서리태, 만다라
정랑 위의 왜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