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까지 와서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사는 사람들을 만날 줄은 몰랐다. 메노파는 16세기 네덜란드 신학자 메노 시몬스(Simons M.)가 창시한 기독교 종파로, 유아 세례를 부정하고 신약성서에 기초한 평화주의와 무저항을 강조한다. 그들 중 일부가 신대륙으로 이주했으며 미국 펜실베니아와 토론토 주변의 캐나다 대평원에서 농부로 살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현대문명과 거리를 두고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는 삶을 견고하게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특히 보수적 성격이 강한 아미쉬(Amish) 사람들은 자동차와 텔레비전, 핸드폰은 물론 전기조차 사용하지 않고 교회, 학교, 은행 등 사회 기반시설도 제도권에 의지하지 않고 대부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보험제도가 없기 때문에 유사시에는 교도들끼리 합심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할 만큼 강력한 응집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자동차나 트랙터는 물론 전봇대 하나 없는 동네. 걸음을 멈춘 말이 풀을 뜯고 마당 한쪽에 마차가 서 있다. 집을 둘러싼 정원의 꽃과 때에 따라 잘 정리된 울 밖의 넓은 경작지는 시공을 초월한 채 저들의 종교와 철학에 따라 평화로운 삶을 구가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농경에서 트랙터나 콤바인 등 새로운 기계를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 점차 늘고 있다고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특이할 만큼 삶 속에서 자신들의 전통적 맥락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어니스트(Ernest Deatwyler) 작가는 가까운 곳에 친척과 함께 이들 메노파가 사는 마을에 자리 잡아 30년 이상 살고 있다. 그는 대학을 마친 후 스위스의 유기농 개척자로 농사짓는 부모를 떠나 캐나다로 이주했다. 그의 집과 마을이 유난히 목가적이고 평화롭게 보이는 것도 현대문명의 이기와 무관하게 사는 메노파 이웃들 덕택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게 철저한 규율 속에 수백 년을 살아온 이들도 자신의 아이들이 16살에 이르면 1년 동안 자숙의 시간을 갖게 한다. 이 기간 메노파 청소년은 아무런 제재없이 세상에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한다. 1년 후 '숙려기간'이 끝나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출가 혹은 귀가를 선택한다. 그러나 한번 결정된 내용이 번복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아무튼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결정은 스스로 하고 결정한 바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메노파 젊은이의 복장(이들은 사진찍기를 기피한다, 인터넷)
비록 종교적 신념에 의한 선택이지만 산업사회 이전의 농경과 그 문화적 유산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저들의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저들의 삶이 자본주의에 경도된 세상의 병폐와 끝없이 망가진 자연과 환경의 위기 앞에 시사하는 바가 있길 바란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다소 염려되는 것은 그들로부터 직접 듣기도 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간접적인 전언과 추론에 의지한 바도 있으므로 메노파 신도들의 실상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더구나 사회 문화적 특성이 다산을 바탕으로 한 농경사회의 유습을 따르고 있으므로 남성 중심적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충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특별히 메노파 교도중 여성의 증언을 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