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민(거창 창남초등학교 교사)
현직 초등교사의 학부모 교육에 관한 책입니다. 현직 그것도 부부가 함께 교사라면 자녀교육에서 최고의 조합이라 여기겠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꽤나 불편한 부모거든요. 멀리서 찾을 것도 없습니다. 바로 제가 그랬거든요. 왜 이런지 이유는 교사 부모인 당사자만 모를 뿐 아이는 너무나 잘 압니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니까요. 아이는 어린 삶을 처음 살아가지만, 교사 부모는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늘 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곳이 학교와 교실이란 것이죠. 학교에 교실에서 보여지는 아이의 모습은 공적 모습입니다. 공적 모습의 아이는 사회 생활하는 것과 같죠.
그래서 가정에서의 모습과 다른 것이 일반적입니다. 교사 부모가 성공적인 학습코칭과 학급운영을 했다면 조금 더 심각한 오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 중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는 아이를 가르쳤던 경험은 성공적인 부모로서 충분히 자질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다양한 임상경험과 적절한 조치, 거기다가 동료교사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충분한 인재풀이 있다고 한다면 확신을 가집니다.
다시 돌아가서 교사 부모를 두고 있는 아이는 이런 점이 불편합니다. 처음엔 좋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속에서도 세밀한 지도를 받을 수도 있죠. 하지만 아이는 다릅니다. 부모와 괜찮은 관계를 형성하고 놀고 싶고,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따라했지만 가면 갈수록 단계는 높아지고 힘들어지니까요.
이때 교사 부모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여기까지는 다 거치는 고비야. 바짝 쪼아야해’
이런 생각을 가진다고 해서 겉으로 강압을 하거나 폭력적이지 않습니다. 교사 짬밥으로 다진 스킬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여기에 큰 함정이 있습니다. 겉으론 부드러워도 그 속에 담긴 것은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까요.
사단은 언젠가 납니다. 그것이 언제인지 모를 뿐이죠. 문제는 사단이 나고 나면 교사 부모는 왜 아이가 잘 따라오지 않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방법을 바꾸고 과정을 재설계해도 별다른 효과가 없습니다. 그 전에 이미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많이 뒤틀렸기 때문입니다. 뒤틀린 관계는 아이가 부모에게 이유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문제 상황을 만듭니다. 친구, 선생님, 혹은 다른 관계 등등으로 말이죠. 그러다 이것도 효과가 없으면 부모에게 정조준합니다. 이때 느끼는 부모의 당혹감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장황하게 풀었습니다. 쓰다보니 제가 아들이 어릴 때 겪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올라오는군요. 다시 서평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런 저의 잡소리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책속에 담긴 저자의 고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부모의 불안]에 정조준하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감탄했습니다. 불안해 하는 부모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는 솔직한 고백과 함께 자녀교육에 고민하는 수없이 많은 부모들을 위한 가이드를 풀어냅니다.
보통 관계에 대해 고민할 때 자신보다는 자신과 관련된 타인의 문제점과 해결책에 중점을 둡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타인이 상수고 변수는 자신이라 여겨야 관계의 문제가 보이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매 장마다 불안한 부모의 모습과 상황이 잘 드러납니다. 하지만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이 보석같은 진짜 이유는 불안이라는 장막을 들출 용기가 있으면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그곳까지 안내합니다. 저자는 누구보다 자녀 양육에 대한 불안을 겪었고 몸부림치듯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그것은 공부입니다. 보통 자녀교육서는 이론에 충실하거나 사례에 집중된 편향을 가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번 책 [불안한 아이 뒤에는 불안한 부모가 있다]는 사례에 기반한 현장 전문가의 방향과 지적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것은 3장 불안을 극복해야 진짜 내 아이가 보인다에 잘 풀어놓고 있습니다 .
보기 쉬운 글로 편안한 문체로 적어놓은 저자의 내공은 [초등부모교실]을 썼던 저조차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특히 교사 부모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먼저 읽고 썼던 저의 추천사로 서평을 마무리 합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필연적으로 불안에 빠진다. 특히 자녀의 사회화와 학습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학교생활이 시작되면 부모의 발안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럴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자녀교육 서적은 수없이 많지만, 학교 현장에서 아이가 겪는 실체적 갈등과 부모의 불안을 관련 이론에 근거하여 설명하고 대처법을 자세히 안내한 책을 찾기 쉽지 않다. 이 책은 현직 초등교사면서 한 명의 불안한 부모였던 저자가 자녀 양육의 불안에 매몰되어 질식하지 않으려 간절히 연구했던 보석같은 결과물이다."
읽으시고 꼭 초등부모교실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