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민의 교육이야기, 가르침의 일관성이 힘든 이유.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12.12 08:35 의견 0

교사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가르치기 힘들어서 그런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경력이 경험이 늘어나며서 더 세련되고, 풍부하며, 유연하게 가르친다. 학교의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도 수업은 그나마 재미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수업은 날이 갈수록 아이들 실력도 늘어나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아쉬움이 큰 영역이 있다. 그건 미술 수업, 영화 수업이다. 아이들이 미술을 싫어하고 영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좋아한다. 그러나 미술과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과 내면으로 들어가는 수업을 해보려하면 걸린다. 부유하는 느낌이다. 어려운 학교 환경에서 이건 배부른 투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차쌤은 이것을 우려한다. 예술적 감수성을 풍부하게 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활동으로 미술과 영화를 매개로 삼은 것 뿐이다. 다른 교과에서도 이런 활동들은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지식, 활동 위주의 수업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아이들에게도 예술적 감수성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한계에 부딪친다. 이건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예술적 감수성을 말하면서 왜 태도의 문제로 보는가? 차쌤이 수업을 통해 미술과 영화를 매개로 하는 예술적 감수성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주변의 환경을 탐색하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우선으로 한다.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보고 그 밝음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나와 타인의 관계를 살펴본다. 여기엔 태도가 무척 중요하다.

편견과 선입견을 최대한 줄이고 보면 아름다움이 별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어른들에 비해 편견과 선입견이 적은 아이들에게 안내하고 유도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이것이 어렵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보는 것에는 그냥 즐기고 나누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들은 이걸 누구보다 잘 한다.


“선생님 이거 왜 해야 해요?”
“어려워요”
“방법을 알려주세요”
“꼭 해야 하나요”
“잘 모르겠어요”

오랫동안 미술과 영화로 감수성을 자극하는 수업을 해온 차쌤도 올해는 잘 안된다.
아이들의 탓만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이미 세상을 알아버린 듯 쿨한 척하는 아이들의 내면은 쿠쿠다스 보다 약한 멘탈임이 한눈에 보인다. 그런 내면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자신을 알아가고, 조절하고, 관계맺는 과정 속에서 주변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표현하는 활동으로 연결하는 것이 어렵다.

겉으로 밝은 아이들의 내면속에 깊은 어둠이 깔리는 것을 매번 보는 것이 아프다.
기회는 계속 줄 것이다. 하지만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것은 교사로서의 이성과 감이 말해준다. 그래도 간혹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오늘도 해본다.


가르침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참 어렵고 힘들다.


저작권자 ⓒ 중앙교육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