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이야기, 영욕의 땅에 부는 바람 2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4.02 07:10 의견 8

영국과 프랑스는 뱃길로 2시간, 그러나 지금은 해저터널로 기차가 오고 가는 연륙의 나라가 된 셈이다. 프랑스의 최북단 해안에서 아스라하게 건너다보이는 영국의 남부 해안을 보며, 여러 세기를 통해 양국 간 누적된 관계들을 막연히 떠올리게 된다. 해변에 불어오는 편서풍을 이용한 수상 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긴장감에 찬 퍼포먼스는 보는 사람들에게 과거의 아득한 역사의 질곡을 잠시나마 잊게 했다.

돌아오는 길은 비가 내렸다. 칙칙한 공원에 여러 명의 흑인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프랑스는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불법으로 입국하는 사람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 북부지역은 영국으로 불법 입국하려는 사람들의 은신처가 곳곳에 있고 이들을 색출하기 위한 경찰 인력이 급증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엔 이들의 접근을 막는 장벽이 축조되었으며 그 비용을 영국 정부에서 부담했다고 한다. “그 돈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 도와줄 일이지 장벽을 쌓을 게 뭐람!”이라고 투덜거리는 프레드는 역시 보헤미안다웠다. 정말 생각보다 많은 흑인이 거리마다 눈에 띈다. 처음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천양지차가 난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자업자득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 중남미, 환태평양 등 세계 여러 곳에 식민지를 두었고, 그들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입국이 증가하고 막을 길이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웬만한 프랑스 가정마다 흑인과 결혼하는 사람의 숫자가 늘고, 백인 형제에 흑인 사촌이 친족을 이루는 날이 가까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드는 두 여동생이 있었다. 바로 손아래 동생은 간호사인데 세네갈 사람과 결혼하여 남매를 두었다. 그리고 그 밑 동생은 브라질 출신 유색인과 동거 중이었다. 따라서 그의 고향 집 거실에는 피부색이 다른 손주들의 사진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적어도 우리의 사고로는 그들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거실에 놓기까지는 많은 진통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아마도 오래 전에 이 문제를 초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오늘 밤 나는 2주간의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파리의 북부 보배(Beauvais)에서 이탈리아의 밀란(Milan Bergamo)으로 떠난다. 필자의 방문에 도움을 준 모든 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들은 하나 같이 나를 가족처럼 대해줬다. 특히 중부의 샤토부(Chateauboux)에 사는 올리비에 씨는 GNAP-프랑스를 위해 우리와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살림에 도움 안 되는 일이지만 기꺼이 응락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남다른 우정을 느낀다. 어딜 가나 광활하고 비옥한 땅, 게다가 햇살마저 좋아 전형적인 곡창이었다. 인근의 나라, 특히 기후가 사나운 영국이 오랜 숙적이었던 것도 그런 연유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물론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외부 식민지의 확보 등에서는 뒤졌지만, 그러한 약점을 문화와 예술로 극복하고 지금도 당당한 유럽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서 있는 이들의 삶이 부러워진다.

올리비에, 마그리트, 프랑수아, 프랑수아, 컨템포리안 마데, 자인, 파리서 공부하는 조카 상인이, 프레드 마틴…. 모두 세봉~ 송떼!

바람부는 도버 해협

바람은 쉬지 않고 불어 각종 연을 날리기에 최적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해변식당에서 포도주와 굴요리는 환상의 조합이었다.

마나와 후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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