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여행】쿠바에서 온 편지 9

아바나의 마지막 밤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2.01 07:15 의견 1

이제 마지막 밤이다. 연이틀을 거세게 몰아치던 말레꼰이 조금 잠잠해졌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시작하여 산타 클라라까지는 더워서 힘들었는데 아바나에 와서 시원한 날씨를 맞아 다니기 좋았다. 물론 바람이 부는 것도 따라왔지만.

월요일 휴관이어서 못 가본 혁명광장 한편 혁명기념탑 1층에 호세 마르티 박물관을 둘러보고 109 미터의 탑 꼭대기에 올랐다. 360도 아바나 시내가 보이고 우리 숙소도 보인다. 혁명광장에 카스트로 조형물이 빠져있는 것은 그의 말대로 아무것도 세우지 말라는 유언에 따랐다는 데 오늘날 탈카스트로의 흐름을 감지한 것은 아니겠지만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에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문화의 집을 물어물어 찾아가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수업하는 학생들도 만났다. 한국 교사가 부족해 10년 차 쿠바나 선생님이 수업을 하셨는데 12명 정도로 교실이 꽉 찼다. 한국말을 꽤 잘했다. 지난해에 입학은 120여 명이 했고 20여 명은 중도하차 하였다고. 한국과는 교류가 없어서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어려움이 많지만 씩씩해 뵈는 젊은 교장 선생님께서 많은 노력을 하시고 계셨다. 쿠바의 실상을 듣고 놀랍고 참담한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 미국에서 와 계신 목사님과 신일고에서 교사를 하셨던 분들이 학생들과 라면을 먹을 준비를 하시며 먹고 가라고 했지만, 시간도 없고 라면을 축낼 수도 없어서 인사하고 나왔다.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았을텐데.

쿠바 한글학교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의하면 쿠바에 오는 한국 관광객은 세 분류라 한다. 성공한 혁명의 추억 보듬기, 각종 쿠바 춤과 뮤직, 방송 여행 프로그램에 나오듯 무작정 체험하기. 나의 여행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듯한데 난 여기 왜 왔지?? 아리송해.

21년도 화폐개혁과 팬데믹이 겹쳐 그야말로 난맥상이라고 하지만 지금 아바나는 박물관, 교회, 공공기관, 특정 거리의 건물 등이 한창 리노베이션 중이다. 오래 걸리긴 하지만 사회경제도 제대로 일어서기를 바란다. 일정 부분 개인 이익 영업이 인정(빈부격차가 그래서 심화되기도 한다고)되고 시스템 변화를 꿈꾸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혁명의 완성은 그래서 아직 멀었다 여겨진다. 뭐 남의 일만이 아니지만...

오래된 것들이 좋다. 강한 것을 이겨내는 부드러움이 좋다. 유쾌함이 좋다. 쿠바 하늘 가득 아름다운 구름이 좋다.(시인, 시집, 몇 걸음의 고요>)


※ 그동안 여행지에서 두서없이, 컴퓨터 없이 핸드폰으로, 피곤함 속에 거칠게 쓴 글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쿠바를 들여다보지 않으려 했습니다.

저작권자 ⓒ 중앙교육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