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황희의 수다, 취생몽사醉生夢死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11.21 08:50 의견 2

인사동에서 지인과 막걸리를 마시다 지인에게 별안간 ‘안주’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지인이 대답하기를 “‘술 먹을 때 곁들여 먹는 음식’이 안주 아닌가요”하였다.
“그런데 그 음식을 왜 하필이면 ‘안주’라고 부르냐고”~, 다시 말해 “‘안주’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나의 대화법은 대체로 이렇다. 여기에 상대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이다. 왜 자꾸 뭘 묻고 가르치려 드느냐며 내심 불쾌해하는 유형과 호기심 있게 궁금해하며 배우려는 유형이 있다.

어쨌거나, 오불관언하고 안주란 한자로 ‘按酒’라고 쓴다. ‘안(按)’은 ‘안마’라는 단어에서처럼 ‘누르다’라는 의미이고 ‘주(酒)’는 말 그대로 술을 뜻한다. 그렇다고 안주란 말이 ‘술을 누른다.’라는 말이 아니고 ‘술의 기운을 누르다’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안주란 술의 기운을 누르는 음식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매일, 밤마다 마님께서 ‘입적(入寂)’하기만을 기다린다. 마님은 초저녁에 ‘좌망(坐忘)’의 단계에 들었다가 12시가 너머야 비로소 ‘열반(涅槃)’에 드신다. 나는 이때를 기다려 검은 고양이 네로처럼 활동을 개시한다. 이때부터가 나의 몰래한 사랑의 밀월이 시작되는 타임이다. 베란다 뒤에 몰래 꼬불쳐 둔 ‘막’ 여사(?)를 불러 뜨거운 밀담을 나눈다.

오늘은 무심코 냉장고를 뒤지다 ‘막’ 여사가 좋아할 만할 금상첨화의 안주를 발견하였다. 이것이 왠일이랴~, 냉장고 한쪽에 인삼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내일 디지는(?) 한이 있어도 우선 먹고 봐야지~,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나의 장래 희망이 ‘취생몽사’인디 암만, 막걸리 안주가 이 정도는 돼 줘야지~, 막걸리 한잔에 고추장 바른 인삼 한뿌리~, 막걸리와 인삼의 오묘한 콜라보레이션, 완전 환상의 궁합이다. 콜롬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기쁨이 바로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막걸리 안주하면 당연히 파전이나 빈대떡이라는 빈티나는 발상을 버리자. 더 이상 막걸리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여~,

이제 앞으로는 수산시장이나 슬슬 싸돌아 댕기다 누가 버린 생선 지느러미가 있으면 슬쩍 주어다가 안주해야지~, 가급적이면 꼭 ‘상어 지느러미’를 주워와야겠다. 아님, 도축장 근처 얼씬거리다 짐승 발바닥 버린 거 있으면 몰래 주워다가 안주하든가~, 기왕이면 꼭 ‘곰 발바닥’이었음 좋겠다.

오늘 밤은 반드시 ‘취생몽사’ 하리라~, 내일 아침이 그대로 천국이거나, 열반의 세상이어도 좋다. 암만~, 최선을 다한 인생에게 내일이란 없다. 내일이란, 세상에 미련이 남았거나 한이 많은 인생들이 좋아할 신기루 같은 약속일 뿐이다.

나는 그저 오늘이 늘 내 인생의 최후의 날일 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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