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걸 선생님의 뉴질랜드 학교방문기/뉴질랜드 아라호에초등학교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3.05.24 07:54 의견 0

'아라호에초등학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오픈형 공간들과 그 공간을 활용한 자기주도적학습, 모둠별 토론학습에 학생들이 익숙해져 있는 모습이었다. 아라호에는 국가수준의 교과서가 존재하지 않았고 교사들이 별도로 준비한 교재와 성취기준에 맞추어 수업이 진행되었다. 한 반에 2명의 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했고 대표교사는 수업시작 전에 학생들을 모아 이번 시간에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내를 충실히 했다.

2명의 교사가 수업 중간중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이 역할수행을 잘 하고 있는지 관찰하며 힘들어하는 그룹과 도움이 필요해 찾아오는 학생들을 적절히 도와주는 역할만 했다. 놀라웠던 것은 이 모든 활동이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었고 한국과 달리 다른 학년과 다른 반의 모든 활동과 수업장면도 오픈 공간에서 서로에게 노출되어 있었는데 다른 반의 수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교실 한 켠에 늘 풀충전되어 있는 태블릿을 저학년 학생들도 필요할때마다 자연스럽게 가져가서 활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아라호에의 '아라'는 오솔길이라는 뜻이고 '호에'는 노를 저어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아라호에는 자기 배를 타고 자기가 온 길을 아이들이 스스로 노를 저어 나갈 수 있도록 선생님들은 곁에서 받쳐주고 패들링을 맞춰주는 역할에 충실하는 학교라고 한다.

아라호에의 교육철학을 선생님들에 물었더니 아라호에를 졸업한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새롭고 창조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학교에서 어느 정도 습득하고 배워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전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혼자서 개인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보다는 이 커뮤니티 지역 사회와 더불어 하나가 되어 아라호에의 아이들이 지역과 나누며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과 그런 준비를 학교와 아이들이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뉴질랜드도 북유럽처럼 직업에 귀천이 없었다. 최저임금이 높았고 기술직이 전문직에 비해 소득차이가 별로 없으니 굳이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대학에 올인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학원을 보낼 필요도 없고 학원을 보내고 싶어도 학원도 많지 않다고 한다. 그냥 자기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면 된다고 하니 상당히 부러웠다. 뉴질랜드는 학력이 아니라 기술의 전문성이 더 인정받는 나라였다.

뉴질랜드 아라호에 초등학교 수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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