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사유思惟 55 / 전종호

이정철 승인 2022.09.06 14:40 의견 0

봉숭아 / 전종호

그대에게 현재는 늘 과거였다

우아한 꽃들은 현재에서 빛나고

아름다운 미래로 배달되어 갔지만

그대의 주소는 늘 울 밑이었고

마지막 기억은 뭉툭한 손톱이었다

아이들의 마을에서 자라서

한 번 더 손톱에서 붉어지던 꽃은

어른들 눈시울에서 눈물이 되었다

소쩍새 울음을 베고 누워

주름진 꽃자리 너머

새벽 별 하나를 바라보면서

내게서 당신까지의 거리

그리움이 닿는 시간을 가늠하면서

아침 햇살에 눈뜰 때까지

한지에 손톱을 묶은 무명실을 따라

그때 아이의 꿈길을 따라가고 싶다

봉선화
봉선화 일러스트


■봉선화

- 쌍떡잎식물 무환자나무목 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

- 산지 : 인도, 동남아시아

- 강가나 진흙에선 모두 잘 사는 강인성과 공해에 강해 조경용으로 널리 심음

- 4~5월에 씨를 심으면 6월에 꽃이 피고 익으면 탁 터져서 씨를 사방에 흩어짐

-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씨주머니를 건드리면 씨가 사방팔방 튀어나가는데서 유래한 꽃말

■봉선화연정/현철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더 이상 참지 못할 그리움을 가슴 깊이 물들이고

수줍은 너의 고백에 내 가슴이 뜨거워

터지는 화산처럼 막을 수 없는 봉선화 연정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더 이상 참지 못할 외로움에 젖은 가슴 태우네

울면서 혼자 울면서 사랑한다 말해도

무정한 너는 너는 알지 못하네 봉선화 연정

봉선화 연정

■가곡 봉선화

울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어언간에 여름가고 가을바람 솔솔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북풍한설 찬바람에 네 형체가 없어져도

평화로운 꿈을 꾸는 너의 혼은 예있으니

화창스런 봄바람에 환생키를 바라노라

■봉선화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

고려 충선왕은 몽고에서 보내온 공주보다 조비를 더 사랑한다는 이유로 당시 고려를 지배하던 몽고의 미움을 받아 왕위를 내놓고 몽고 수도로 불려가서 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왕은 어느날 한 소녀가 자기를 위해 가야금을 타고 있는 꿈을 꾸었는데 소녀의 손가락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왕은 하도 기이하여 궁궐 안에 있는 궁녀들을 모조리 조사하여보니 한 소녀가 손가락을 흰 헝겊으로 동여매고 있었다. 왕이 그 소녀의 신분을 알아보니 고려에서 온 소녀인데 봉선화 물을 들이기 위함이었다. 왕은 남의 나라에 와 있으면서도 자기 나라 풍습을 지키는 것을 갸륵히 여겨 소상히 알아보니 소녀는 아버지가 충선왕파라 하여 면직당하고 여기까지 끌려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와 계시는 충선왕에게 준비한 가야금 가락을 들려 주겠다고 하였다. 그 가락은 왕이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노래였다. 왕은 크게 감명하여 다시 고국으로 돌아갈 뜻을 품고 원나라 무종이 왕위에 오를 때 크게 도와 준 공으로 고려에 돌아올 수 있었다. 왕이 돌아와서 다시 왕위에 오른 뒤에 그 갸륵한 소녀를 불러오려 하였으나 이미 죽은 후였다. 왕은 소녀의 정을 기리는 뜻에서 궁궐 뜰에 많은 봉선화를 심게 했다고 한다.

■봉선화 전설

옛날 올림포스 궁전에서 연회가 열렸다, 참석한 신들에게 대접하려고 한 황금사과 한 개가 없어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심술궂은 어느 신의 장난으로 인한 사건이었지만 이로 인해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르던 한 여인이 의심을 받고 쫓겨나게 되었다. 여인은 누명을 벗기 위해 필사적으로 결백을 호소했으나 결국엔 결백을 증명하지 못하고 마음의 병을 얻어 슬픈 최후를 맞이했고 여인은 죽어 봉선화가 되었다고 한다.

전종호 임진강 시인


저작권자 ⓒ 중앙교육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