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대와 태극 / 박진호

극대와 태극!
끝없는 변화와 생성을 설명하는 동서양의 서로 다른, 그러나 같은 표현 아닐까?

편집부 승인 2022.09.06 13:59 의견 0

극한은 무한이다. 함이 없는 다함. 그런데 그 끝으로 향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극한이요, 무한이다.

박진호 교사의 수학에 대한 생각나누기


수학자 코시(A.L.Cauchy, 1789~1857)는 극한의 개념을 수열로 접근했다. 어떤 특정한 값에 가까이 다가가는 수들을 일정한 규칙으로 배열하고 대응 관계를 사용하여 하나의 함수의 관계로 극한을 정의한 것이다. 그 정의는 현대 해석학의 표준이 되었고, 그 개념을 바탕으로 미분과 적분은 더 치밀하면서도 높게 멀리 날아다니며 세상의 구석 구석에서부터 광활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되었다.

미분의 영역 속에는 극대와 극소, 최대와 최소라는 개념이 들어 있다. 극이라는 표현은 도달하기 어려운 극한의 개념이 담겨 있으나 최라는 표현은 고정된 의미를 담고 있기에 둘은 함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극대나 극소에는 항상 변화의 개념을 포함한다. 양에서 음 또는 음에서 양으로의 변화를 담고 있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부드러운 곡선에는 음과 양을 반드시 포함하여 극대와 극소의 개념으로 상태를 자세히 들여다 보는 일이 가능하다.

동양의 경전인 주역을 풀어쓴 책들을 보면 태극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계사전에는 태극에서 음양이, 음양에서 사상이, 사상에서 팔괘가, 팔괘에서 64괘가 나온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태극이 있어 음양이 있는 것인지, 음양이 있어 태극이 있는 것인지는 삶의 방향성에서 적지 않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절대적 무한의 관념에서 실재가 나온 것인지 실재가 있어서 절대적 무한이 있는 것인지는 삶의 역동적 과정에서 근본적 질문 앞에 서게 하기 때문이다. 수학은 음과 양, 양과 음의 역동적 변화로 인해 극대와 극소가 존재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태극은 음양으로 이루어진 온 우주를 일컫는다.

수학자 코시


바로 지금 여기의 현실, 내가 태어난 순간의 이 세상은 음과 양의 역동적 관계에서 비롯된 끊임없는 생성의 변화 자체였지 고정된 그 무엇이 아니었다. 관념에 대한 생각이 현실에 영향을 적지 않게 준다. 역동적인 현실 속에서 생성된 용어들, 관념들은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나와 끊임없이 소통 중이다.

극대와 태극!

끝없는 변화와 생성을 설명하는 동서양의 서로 다른, 그러나 같은 표현 아닐까?

박진호 경기북과학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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