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제갈양

이정철 승인 2022.09.05 16:17 | 최종 수정 2022.09.05 16:21 의견 0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제갈양

고개를 묻었다가 돌아봅니다
세상은 고요히 멈춰있습니다

어디선가 불안한 듯 깜박거리고
어디선가 꼼지락거리고
또 어디선가 당장 달려들 기세란
쉽게 알아채기가 어렵습니다

다시 고개를 돌립니다

무궁화ㆍ꽃ㆍ이ㆍ 피었습니ㆍ다

한 번 슬프게 불러 볼 때마다
한 개의 별이 외로이 지는 것입니다

<시인의 이야기>

서너 달 전이었던가. 문학전문지 <우리시>의 편집을 맡고 계신 전선용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서울 지하철의 시 공모 사업에 변화가 생겼는데, 올해부터는 문학단체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우리시 진흥회 추천으로 작품을 제출해 보라 권하셨다. 평소 전선용 선생님 시는 읽을 때마다 공부가 되는 작품들이 많고, 또 공감하는 바가 커서 참 좋아했었다. 그래서 이런 연락을 주신 것이 내심 기뻤다.

그러나 나의 글은 아직 어설픈 습작 수준인지라 내보여 드릴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한 편을 선별해주십사 하고, 기준ㅡ15행 이하, 한 행에 20자 이내ㅡ에 맞는 작품 네 편을 보냈다. 그 중 한 편이라도 건질 게 있으면 뽑아주시고, 없으면 그냥 삭제하시라 했다. 다행히 한 편을 골라주셨다.

그리고 한두 달은 지난 듯 한데 연락이 없으셔서 채택이 안됐는가 하면서도 한편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채택 됐다는 축하 전화를 주셨다. 추천하면 무조건 실리는 것이 아니었다. 추천된 작품이 많아 열명의 심사위원이 선정했는데, 경쟁률이 5:1이라고 하셨다. 잡지 등단도 아닌데, 전화 끊고서 괜히 기분이 좋아서 청명하게 맑은 하늘로 미소 한 번 날렸다.

제갈양 시인(이천 대월중 교장)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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