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파주시민네트워크 대표)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학부모들은 갈수록 심화되는 무한 경쟁 체제 속에서 아이들이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것이 과도한 입시 경쟁에 매몰된 한국 사회가 마주한 서글픈 단면이다. 최근 파주에서 일어난 사건은 시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지난 12월 20일 개최된 ‘파주시 학원 1,000개 기념 학원인의 밤’ 행사에 현직 국회의원, 시장, 시의회 의장, 시도의원, 시장 예비 후보자 등 지역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시상과 축사를 진행했다. 이는 지역 교육 정책을 책임지는 공인들이 교육의 본질보다 표심을 의식하여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마치 지역의 성과인 양 자축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공교육의 내실화보다 사교육 단체의 세 과시 행사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은 지역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시민들에게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정치인들이 이토록 사교육 행사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실로 실망스럽다. 이들이 도로 건설, 돔구장 유치, 프로축구단 창단과 같이 눈에 보이는 과시적인 성과에 급급해하며, 세심하게 살피고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하는 공교육 문제는 후 순위로 미루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눈에 띄는 실적을 내어 차기 선거를 준비하려는 계산된 행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화려한 겉치레에 예산이 투입되는 동안, 정작 파주의 외곽 지역 등에서는 작은 학교들이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내몰리며 지역 공동체의 붕괴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 처참한 현실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파주교육지원청 학원자율정화위원회가 공동 주관으로 이름을 올려 논란을 더하고 있다. 지도 감독을 수행해야 할 기구가 사교육 단체의 행사에 참여한 것은 공적 기구로서의 중립성을 망각한 처사라 볼 수 있다. 교육청은 뒤늦게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대책을 논의 중이나, 이는 지도 감독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소홀히 한 행정적 방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해당 행사에 참석한 일부 정치인들이 "문제가 될 줄 몰랐다."는 안일한 반응을 보인 것은 그들이 공교육의 가치와 위기에 처한 학교 현장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방증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화려한 학원가가 아니라 내실 있는 공교육이어야 한다. 정책은 곧 예산이다. 신도시 지역의 학교 부족과 과밀학급의 해소, 파주 북부 지역에 폐교 위기에 내몰린 작은 학교들을 살려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인의 진정한 본분이다. 변화하는 입시 환경 속에서 학생의 경험과 성장이 중요해지는 만큼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예산을 우선 배정하는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실로 절실하다.
파주시민네트워크는 지난 2025년 12월 29일, 해당 정치인들에게 공식 항의 서한을 발송하고 재발 방지책 수립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서한 발송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책임 있는 공식 답변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학부모와 시민들은 이제 똑똑히 지켜보아야 한다. 입으로만 교육 도시를 외치며 발걸음은 표심을 의식한 행사장으로 향하는 이들에게 어찌 파주의 공교육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이제 파주의 정치인들은 표심을 쫓는 사교육 행사장 방문을 멈추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교육 주체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입으로만 교육 도시를 외칠 것이 아니라, 지역의 산적한 교육 현안을 직시하고 공교육의 가치를 바로 세워 내실을 기하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