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려움에 봉착하거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할 때, 동서양의 고전(古典)을 통해 그 해결의 실마리를 얻거나 삶의 지혜를 구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면 고전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성인들의 값진 말씀과 가르침이 오늘을 살아가는 데에도 변함없이 필요하고 실제로 그 효과가 높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그만큼 유익하고 적절하기 때문이다. 고전은 우리 삶의 전체 영역에서 교과서와 같은 이정표 내지 나침반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각종 교육 현안에 적용할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작동한다. 이에 본고에서는 동서양의 고전에서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수많은 동양과 서양 고전에서 유래하는 교육적 울림이 있는 교훈과 가르침은 많다. 그 중의 하나로서 동양의 『논어』에서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서양 철학자의 세네카의 지혜 “Non vitae sed scholae discimus(We learn not for school, but for life : 우리는 학교를 위하여가 아니라 삶을 위하여 배운다)”를 통해 소중한 가르침을 얻고자 한다. 이 둘은 시대와 문화를 넘어 교육의 본질, 배움의 태도, 삶과 지식의 관계를 성찰하게 해주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 — 동양 고전의 배움과 성찰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옛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새 것을 앎.”이라는 의미다. 이는 공자의 『논어』 학이편(學而編) 중 “溫故而知新,可以為師矣.”(옛 것을 익히고 그것으로 새 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씀에서 그 출처를 삼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자성어는 오늘날의 교육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1. 지식 전수와 혁신의 조화
인류의 영원한 스승 공자는 단순히 옛 것을 반복하거나 암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오래된 전통 속에서 의미를 탐구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옛 것은 우리에게 기초를 마련하고, 그 위에서 새롭게 사고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이는 오늘날에도 중요한 태도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실패와 성공, 경험과 지혜는 우리 삶을 지탱하는 토대가 되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발상, 새로운 기술, 새로운 윤리적 판단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2. 학습자의 주체성 회복
“온고지신”은 학생이 주체적으로 배움의 과정을 겪도록 한다. 옛 것을 ‘단순히 듣고 받아들이는’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옛 것을 되새기고 숙고한 뒤에야 새 것을 안다는 것은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을 내포한다. 과거의 권위만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그 의미를 검토하고 현재와 연결 짓는 과정에서 비로소 진짜 배움이 될 수 있다.
3. 스승됨의 가능성
원문에서 “可以為師矣”(스승이 될 만하다)라는 말은, 단순 지식 소유자가 아니라 타인을 가르치고 인도할 수 있을 만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배움은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공동체, 사회를 향한 공적 책임을 포함한다. 과거와 현재의 지혜를 잇는 다리가 되는 것이 교육자의 역할이며, 학생도 성장하면서 언젠가는 이를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되리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4. 현대적 적용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정보와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온고지신”은 안정성과 지속성의 가치를 강조한다. 예컨대, 직업적 기술을 배울 때 과거의 전통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기초가 튼튼해지고, 그 위에서 새로운 방식, 디지털 기술 등을 창조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윤리, 인성, 시민적 책임 같은 영역에서도 전통의 가치를 무시하면 방향 감각을 잃기 쉽다. 이에 온고지신의 지혜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두고두고 곱씹을 수 있는 지혜의 결집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교육하는 모든 이들이 항상 견지하는 삶의 철학으로 삼을 필요성과 중요성을 내포한다 할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