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 학습지원 시스템 ‘하이러닝(Hi-Learning)’을 홍보하려고 제작한 경기도교육청의 영상이 교사를 비하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의 영상은 한 여자고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한 짧은 콘텐츠다. 국어교사, 하이러닝이란 머리띠를 한 AI 보조교사와 학생들이 등장해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출제된 시험에서 학생들이 채점을 두고 이의를 제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한 학생이 "이게 왜 틀리냐"고 담당 교사에게 항의하자 AI 보조교사가 “핵심을 짚어 설명하겠다”며 해설을 이어갔고 학생들은 더이상 반박하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간다. 또 다른 학생이 등장해 교사에게 채점 기준을 묻지만, 이번에도 AI 보조교사가 설명을 한다. 교사는 “AI가 채점을 도와준 것이니 불만 없지?”라며 가볍게 넘긴다.


이어 교사가 “너희 정말 수고 많았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좋은 결과 있을 거야”라고 말하자 AI 보조교사는 즉각 “빈말입니다. 감정이 흔들렸고 음성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라고 끼어든다. 교사는 순간 머쓱해진 듯한 표정을 짓는다. 다시 교사가 “궁금한 사람은 점심시간에 찾아와. 이후엔 선생님 회의 있으니까”라고 말하자 AI는 이번에도 “거짓말입니다. 이 시간엔 평소 화장실을 이용하는 20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됩니다”라고 말해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처럼 묘사한다. 영상 말미에는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해 하이러닝 AI, AI는 데이터를 읽고 교사는 학생의 마음을 읽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나레이션이 나온다.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 “이건 일부러 교사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 아니냐”, “교사를 무능하고 거짓말이나 하는 존재로 희화화했다”, “교육청이 교육의 본질을 제대로 알기나 하냐”는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지부장 이재민)는 경기도교육청이 공개한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 홍보 영상이 교사를 기계의 부속품처럼 묘사하고 교육의 본질을 왜곡했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영상 속에서 교사의 진정성·감정은 ‘빈말’로 축소되고, AI 시스템을 보조하는 존재로 표현돼 교사의 전문성을 조롱하는 모욕적 연출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하이러닝 시스템이 업무 경감을 명분으로 도입됐으나 실제로는 데이터 입력·시스템 점검·AI 피드백 검토 등 새로운 행정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홍보 영상 삭제 ▲임태희 교육감의 공식 사과 ▲제작·승인 책임자 징계 ▲AI 평가 시스템 전면 중단 및 재검토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육 본질 회복 대책을 요구했다. 지부는 “기술 홍보가 아니라 교사가 학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현장의 조건 개선이 우선”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한 실질적 조치가 있을 때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경기도교육청은 이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전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