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환(시인, 문학박사)
몇 해 전「배려」라는 제목의 책이 베스트 셀러로 인기를 얻는가 하면, 신임 CEO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배려 경영’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개인적 인간관계에서 사용되던 ‘배려’라는 말이 비즈니스에서도 관심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살펴보자.
우선 생각할 것은 어떤 위치에서 배려에 대해 접근하는가다. 배려를 하는 입장인지, 배려를 받는 입장인지 고려해야 한다. 물론 당연히 배려를 받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객은 언제 배려 받는 느낌을 받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면 배려를 받는 입장에서의 배려란 무엇인지에 이해할 수 있다.
배려의 감동1_나를 잊지 않고 챙겨 줄 때
한 번 고객이 평생의 고객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끊임없이 챙겨주는 활동이 필요하다. 요즘 카드 업체나 유통업체를 비롯해 이동통신 업체에서는 생일날 축하 이메일이나 문자를 발송하도 있다. 사소한 것 같지만, 고객을 잊지 않고 꾸준히 챙겨주는 것에서부터 관계를 쌓아간다. 가령 축하 메시지가 온 기업과 오지 않은 기업을 단순 비교해 보면 배려의 감동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배려의 감동2_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때
고객이 일부러 연락을 취해 문의를 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는 매우 다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경우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불만관리시스템 CCMS;Customer Complaint Management System 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친절한 상담이나 응대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고객이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고객은 자신의 불만에 대해 경청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자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가시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길 바라고 있다. 가령 유명 쇼핑몰의 경우 고객의 불만을 한번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개별 상담 건에 대해 꼬리표를 달아서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물론 자원 투입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고객의 귀중한 목소리가 공허하게 끝나지 않도록, 실질적인 문제점의 개선 및 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배려의 감동3_나에게 선택권을 최대한 줄 때
기업 중심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거나, 관행을 따르다 보면 ‘원래 그렇다’라는 식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 때마다 고객 입장에서는 ‘왜 나에게 묻지도 않고 마음대로 결정을 하나?’라는 섭섭하고 억울한 마음이 든다. 고객에게 최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줌으로써 고객에게 배려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영국 이동통신 업체인 브리티시 텔레콤의 경우 가입 후 3개월 동안 다양한 요금제를 직접 체험해보고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최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도 고객 맞춤형 요금제 컨설팅을 하고 있지만, 고객에게 직접 체험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3개월간의 체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고객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극대화하고, 고객 입장을 충분히 배려한다면 고객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기업이 될 것이다.
배려의 감동4_원하는 정보를 제공해 줄 때
요즘 고객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고객에게 풍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배려하는 기업이 있다. 미국 프로그레시브 보험사의 경우 자사 홈페이지에 경쟁사 보험 상품들의 가격까지도 세세히 비교해서 공개하고 있다. 보험 상품을 선택하기 위해서 가격 정보를 일일이 수집해야 하는 고객들의 수고를 덜어준 셈이다. 이런 경우 고객들이 편리하게 보험 상품을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의 필요를 이해하고 깊이 배려해주는 회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받을 수 있다.
배려의 감동5_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때
할 일은 많고,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돈보다 귀하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이 바쁜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기업은 흔치 않다. 업계의 관행이나, 추가적인 비용 부담, 조직 운영상의 이유 등으로 늘 해오던 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바쁜 현대인을 위해 언제 어디서나 고객 편의에 따라 제품/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피트니스센터인 커브스Curves , 라이프타임 피트니스Life Time Fitness 등은 업계의 관행을 깨고 24시간 이용제를 도입해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프로그레시브 보험사는 손해보험사가 업무 처리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SUV 차량에 싣고 다니면서, 무선으로 보험 업무를 즉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여 고객의 시간 절약과 편의성 극대화를 돕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관행에 연연하지 않고 고객 입장에서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야 말로 고객을 위한 최상의 배려일 것이다.
진정한 CRM의 출발점은 고객에 대한 배려
하루에도 수많은 고객들이 시장에서 이동한다. 고객들이 스스로 떠날 때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고객 개개인에 대해 극진히 배려하고, 고객의 마음을 헤아려줄 때 고객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진정한 고객 관계 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는 시스템의 구축이나 기계적인 고객 데이터 분석이 아니라, ‘고객을 위한 배려’가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랑은 개인적인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다. 물론 사역의 영역에서는 달리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 사람의 필요를 찾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진정한 배려가 있을 때 리더십은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Leadership TIP■ 어느 직장인의 기도문
매일 아침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시작하게 하여 주옵소서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나로 인하여
남들이 얼굴 찡그리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상사와 선배를 존경하고
아울러 동료와 후배를 사랑할 수 있게 하시고
아부와 질시를, 교만과 비굴함을
멀리하게 하여 주옵소서.
하루에 한 번쯤은 하늘을 쳐다보고
넓은 바다를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시고
일주일에 몇 시간은 한 권의 책과
친구와 가족과 더불어 보낼 수 있는
오붓한 시간을 갖게 하여 주옵소서.
한 가지 이상의 취미를 갖게 하시어
한 달에 하루쯤은 지나온 나날들을 반성하고
미래와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시인인 동시에 철학자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작은 일에도 감동할 수 있는 순수함과
큰일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대범함을 지니게 하시고
적극적이고 치밀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사람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자기의 실수를 솔직히 시인할 수 있는 용기와
남의 허물을 따뜻이 감싸줄 수 있는 포용력과
고난을 끈기있게 참을 수 있는 인내를 더욱 길러 주옵소서.
직장인 홍역의 날들을 무사히 넘기게 해 주시고
남보다 한 발 앞서감이
영원한 앞서감이 아님을 인식하게 하시고
또한, 한 걸음 뒤쳐짐이
영원한 뒤쳐짐이 아님을 알게 하여 주옵소서.
자기반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하시고
늘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되게 하시고
매사에 충실하여 무사안일에 빠지지 않게 해주시고
매일 보람과 즐거움으로
충만한 하루를 마감할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이 직장을 그만 두는 날
또한 생을 마감하는 날에
과거는 전부 아름다웠던 것처럼
내가 거기서 만나고 헤어지고
혹은 다투고 이야기 나눈 모든 사람들이
살며시 미소 짓게 하여 주옵소서.
-박상순, '모든 것을 가지려면 다 버려야 한다' 중에서
※ 백석대 대학원 기독교문학 전공지도교수, 계간 생명과문학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