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산포 바람 속에서
문득 닫힌 철문을 연다
전설처럼 어둠 속에 갇힌
얼어붙은 벽이
오색의 스크린으로 출렁인다
고흐 모네 칸딘스키 그림 속을 걷다
나도 한 점 예술이 된다
잊혀진 첫 눈이다
빛을 압류당한 어둠의 벙커
닫힌 폐문이 열리던 그날은
굳어버린 너의 속살들 부서진 가난한 마음들
서로 글썽이며 얼싸안고
온 몸을 적셨을 게다
너는 어둠의 비밀 벙커가 아니다
이토록 사무치는 목마름의 그날들
애오라지 빛으로 태어나
영혼을 살리는 생명 벙커가 아니냐
시 이낭희(행신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