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사마의 데칼카모니


세상은 넓고 가고 싶은 곳은 너무 많다. 오늘은 해발 고도 4000m와 5000m 사이를 4명이 한 조가 되어 랜드 크루저를 타고 볼리비아의 국경을 넘어 칠레로 간다. 해발 고도가 높을수록 날씨는 변화무쌍해서 예측 불가하다. 그러나 숙소인 소금호텔에서 일어나니 해가 쨍했다. 여행은 날씨가 한몫 해준다는 말처럼 오늘은 날씨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짐을 모두 챙기고 숙소를 나와서 랜드 크루저에 올랐다. 끝없이 이어진 우유니 소금사막은 물을 가득 담고 아침 햇빛을 받아내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소금사막 위에 떠있는 몇 개의 섬은 남해 바다에 떠있는 섬처럼 다소곳하다. 우리는 하늘과 섬과 구름이 데칼코마니로 멋진 풍경이 된 우유니 소금사막을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생에 언제 또 우유니 소금사막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기사분도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천천히 달린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기사 아저씨는 플라밍고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어제 알티플라노 고원이 숨겨놓은 그린 호수에 그림 같은 홍학의 모습을 상상하며 찾아다니던 플라밍고가 오늘은 무리 지어 우유니 소금사막을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울퉁불퉁한 소금사막 길을 벗어나자 넓게 포장된 길이 나타났다. 길 양쪽으로 몬드리안이 그리다 만 그림처럼 사각형의 퀴노아 밭이 띄엄띄엄 보였다.

몬드리안의 퀴노아 밭
알파카와 라마

사막을 혼자 걸어가는 사람



넓은 길 양옆으로 알파카와 라마도 보이고 척박한 지역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사람이 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얼마를 달리다 넓은 길 위에서 팀을 이뤄 달리는 바이크족들의 멋진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바이크족들에게 꿈의 도로라고 불리는 이 길은 알래스카에서 시작해서 아르헨티나까지 가는 길이라고 했다. 시야를 가리는 어떤 것도 없고 마주 오는 차량도 없다. 이런 길을 달리는 저분들의 기분은 어떨까? 마음속에 응어리진 것들이 모두 풀리고 마음이 정화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바이크란 한국에서 "오토바이"로 불리는 엔진 달린 50cc 이상의 이륜차를 말하며 영어 "auto"와 "bicycle"을 합성한 일본어식 명칭이다. 대한민국 모터사이클 동호인들이 오토바이는 일본식 명칭이라는 이유로 쓰지 않고 있으며 영어인 모터사이클이나 모토 바이크 또는 바이크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느끼는 바가 많다. 나 역시 36년간 우리나라를 지배하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했던 일본의 횡포에 대한 반감으로 될 수 있으면 일본어를 쓰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말 곳곳에 일본식 언어가 많이 스며들어 있어서 구분해내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한다. 언젠가 본 영화 <말모이>에서 우리 조상들이 우리나라 말과 글을 지키려고 목숨 걸었던 기록을 보며 조상들이 노력한 덕분에 오늘 내가 한글로 이글을 쓸 수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 김양숙, 1990년『문학과 의식』시 등단, 2025년 탄리문학상 수상,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비 수혜, 2017년 [시와산문 작품상] 수상, 2013년 부천문화예술발전기금수혜. 2009년 [한국시인상] 수상, 시집 『종이 사막』,『지금은 뼈를 세는 중이다』,『기둥서방 길들이기』,『흉터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고래, 겹의 사생활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