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식(우포늪자연학교 교장)

요즘 TV나 유튜브로 국회 국정감사장을 보면 시민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성장한 소위 엘리트 인사들의 무뢰배적인 행태를 자주 목격한다. 국민을 등쳐먹고 사는 지도층들을 너무 많이 배출해온 게 우리 교육이다. 마치 과거시험이 존재하고 문벌과 족벌이 나라를 지배하던 시절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다. 손자가 유치원에 다니니 그쪽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한 달에 몇 백만원씩하는 영유(영어유치원)나 반유가 성업 중이라 한다. 일단 그런 사설교육업체들부터 없애야 할 것 같다. '초등학교라는 명칭도 기초학교나 시민학교로 바꾸고'라는 어떤 분의 글을 보며 자연 안에서 아이들과 평소 체험 학습을 하고, 민주시민성을 스스로 기르는 바탕을 생각해 본다.

생태적 감수성과 생명존중의 윤리의 내면화

오늘날 한국 사회는 입시 중심의 교육 구조 속에서 민주시민교육의 실질적 구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 현장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이름 아래 교사의 교육 역량이 제한되고, 다양한 시민교육 프로그램의 부재로 인해 학생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과 권리를 체험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학교와 시민단체가 연계한 실천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교사들이 민주주의와 정치참여를 다루는 연수 과정을 이수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공교육 이후에도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정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평생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독일처럼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정치적 무관심을 줄이고 참여의식을 높일 수 있다. 셋째, 민주시민교육지원법 제정을 통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 지원과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접근과 함께, 루소의 ‘에밀』에서 제시된 자연과의 교감은 민주시민교육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한다. 루소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감각과 직관을 통해 배우는 경험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 보았다. 자연은 모든 생명이 평등하다는 사실을 가르치며, 타인의 존재를 존중하고 공존하는 삶의 태도를 길러준다. 아이가 숲에서 새소리를 듣고, 물의 흐름을 관찰하며, 흙을 만지는 순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생명과 연결되는 시민성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자연 중심의 교육은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생태적 감수성과 생명 존중의 윤리를 내면화하게 한다. 결국 민주시민교육은 제도와 프로그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자연과의 교감 속에서 타자에 대한 공감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배우는 경험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속시키는 가장 깊은 뿌리다.

루소의 ‘에밀’이 오늘날 민주시민교육에 던지는 메시지

루소는 에밀에서 인간의 발달을 다섯 단계로 나누고, 각 시기에 맞는 교육 방법을 제시한다. 이 교육론은 단순한 성장 이론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고민하는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성과 깊이 맞닿아 있다. 유아기(0~2세)는 신체 발달과 자연 속 경험을 중심으로 한다. 루소는 이 시기 아이에게 인위적인 지식보다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감각적 민감성을 키우는 첫걸음이다. 아동기(2~12세)는 감각을 통해 세상을 배우는 시기다. 루소는 강제적인 학습보다 놀이와 경험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아이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율성과 협동을 배우는 과정이며, 공동체적 삶의 기초가 된다. 소년기(12~15세)는 이성과 논리적 사고가 발달하는 시기로, 루소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교육을 통해 스스로 사고하고 탐구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비판적 사고와 판단력을 키우는 시기로, 민주사회에서 시민이 가져야 할 핵심 역량이다. 청소년기(15~20세)는 도덕적 감수성과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 시기다. 루소는 이 시기에 사랑과 연애, 사회적 역할에 대한 교육을 통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도덕적 책임을 자각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시민으로서의 윤리적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다. 성인기(20세 이후)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시기다. 루소는 이 시기에 에밀이 사회적 계약을 이해하고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실천하도록 교육한다. 이는 공동체의 규칙을 존중하고 참여하는 성숙한 시민으로의 완성이다. 결국 루소의 에밀은 인간의 자연적 성장과 내면의 성숙을 통해 건강한 시민성을 확립하는 교육의 모델을 제시한다. 오늘날 민주시민교육이 단순한 정치교육을 넘어, 생명과 타자에 대한 존중, 자율성과 책임, 공감과 참여를 아우르는 전인적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루소의 교육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시민의 성숙한 감수성과 실천이 있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민주사회가 가능하다. 루소의 에밀은 그 출발점을 자연과 인간의 본성에서 찾는다.

민주시민성은 자연주의 교육과 소로우의 생태적 사유

민주시민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은 단순한 제도적 접근을 넘어,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과 소로우의 생태적 사유, 그리고 유럽의 자연교육 실천을 통합한 전인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루소는 ‘에밀’에서 인간은 본래 선하며, 사회가 그를 타락시킨다고 보았다. 그는 아이가 자연 속에서 감각과 직관을 통해 배우는 경험을 중시했고, 교육은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자율성과 내면의 성장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오늘날 민주시민교육이 단순한 정치교육이 아니라, 자기결정권과 타자에 대한 존중을 배우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월든’에서 자연 속에서의 자발적 고립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구조를 성찰했습니다. 그는 교육이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자율적 사고와 도덕적 책임을 키우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이는 현대 생태 시민교육의 철학적 기반이 된다.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철학을 실천으로 옮겼다. 독일의 ‘숲 유치원(Waldkindergarten)’은 아이들이 숲에서 하루를 보내며 자연 속에서 협력, 인내, 관찰력, 책임감을 배우게 한다. 핀란드와 덴마크는 공교육 내에서 생태교육과 시민교육을 통합하여,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와 공동체 참여 능력을 함께 기른다. 이들은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교육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시민성 함양을 목표로 한다. 결국, 민주시민교육은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질 수 없다. 자연과의 교감, 생명에 대한 존중, 공동체적 삶의 체험이 함께할 때, 시민은 타인의 권리를 이해하고 공공의 선을 실천하는 존재로 성장한다. 루소와 소로우의 철학, 유럽의 실천은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문지석 검사의 양심 고백

더하여 반면에 국감장에서 검찰 조직이라는 곳에서 문지석 검사가 한 개인의 양심적인 고백으로 국민들이 경악하면서 그를 응원하는 모습을 티비를 통해 우리는 보았다. 엊그제 국정감사에서 문지석 검사가 손을 떨고 오열하며 증언했다.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원 정도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공무원들이 잘못이 있다면 저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내용은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맡아 기소 의견을 냈는데 상관이 무혐의·불기소 지시해 마무리됐다고 폭로했다. 그가 대검에 고발한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 엄중 처벌하고, 쿠팡과 결탁한 지청장 윗선도 찾아내야 한다. 공직을 떠나는 날까지 문 검사가 지금의 마음 잃지 않길. 이렇게 국민이 응원하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는 이제 일상적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한발 더 나아가는 시민사회로 전환하도록 공교육과 평생교육 속에 자연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