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기 광장의 태극기

다카르 랠리 기념탑



만국기 광장에서 소금사막의 거센 바람을 맞으며 날리는 태극기를 찾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옆에는 죽음의 경주라 불리는 다카르 랠리 코스가 우유니 사막을 통과한 기념으로 세웠다는 다카르 랠리 기념탑이 있었다. 기차마을에 세워놓은 우유니 안내판도 좋지만 이곳 소금사막에 다카르 렐리 기념탑처럼 우유니라는 조형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우유니 소금물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다 양이 안차서 손주걱을 만들어 소금물을 맛보았다. 고향에서 김장배추를 절일 때 쓰던 바닷물처럼 짰다. 배추 숨은 죽이면서도 배추라는 본질을 변하지 않게 했던 소금물 그 소금물을 바다처럼 담고 있는 누워있는 우유니 소금사막은 나의 변화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되었다. 너무 맹탕으로 살았던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사실 삶에 대한 질문은 라파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살면서 이렇게 숨찬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라고 물었고, 우유니에 와서는 싱거워도 너무 싱겁게 산 삶은 아니었나? 라고 물었다. 그래도 나는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소금사막 바닥에 누워있는 육각을 지닌 소금판이 긍정의 눈빛을 보낸다.

육각 소금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일행은 선셋을 포기하고 호텔로 들어왔다. 호텔은 사방이 소금벽돌이었다. 계단도 소금벽돌로 만들고 그 위에 나무판자를 깔아 놓았다. 어느 예능프로의 출연자처럼 벽돌을 찍어 맛을 보았다. 정말 짠맛이었다. 룸은 1층이었다. 창을 통해 바라본 소금사막은 끝이 없어 보였다. 저녁이 되자 선셋을 보기 위해 달리는 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가 오다 개다를 하고 있는 흐린 날씨라 우린 선셋을 포기하고 쉬기로 했다. 일찍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를 잤을까 천둥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번개가 얼마나 가까이서 치는지 하늘이 쩍 갈라지는 모습을 확연하게 볼 수 있었다. 딸은 번개 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 주었다. 우유니가 아니고서는 찍을 수 없는 번개의 모습이었다. 우유니에선 별빛도 좋지만 바로 앞에서 치는 것 같은 천둥과 번개도 나쁘지 않았다.

소금 호텔의 소금 벽

* 김양숙, 1990년『문학과 의식』시 등단, 2009년 [한국시인상] 수상, 2017년 [시와산문 작품상] 수상, 2013년 부천문화예술발전기금수혜.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비 수혜. 시집 『종이 사막』,『지금은 뼈를 세는 중이다』,『기둥서방 길들이기』,『흉터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고래, 겹의 사생활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