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소금사막 호수


우유니 소금사막 행 비행기(BOA)가 엘알토 공항에서 오전 7시 35분 출발인데 자욱한 안개로 지연되었다.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다 8시 30분이 되어서야 탑승할 수 있었다. 라파즈에서 우유니까지 비행시간은 1시간이다. 세계인들의 버킷 리스트인 우유니 소금사막. 순백의 결정체가 바닥에 깔려있는 호수를 상상하며 하늘을 가로지른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해발 3656m에 있으며 2만 년 전에는 바다였던 곳으로 지각변동에 의해 안데스 산맥이 융기했으며 빙하기를 거쳐 소금평원으로 형성된 곳이다. 아이마라족의 전설에 의하면 플라야 주변 화산들은 그리스 신화의 신들처럼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한다. 제일 높은 화산이던 투누파가 임신해서 아기를 낳았는데 근처 화산인 쿠슈가 그 아기를 납치해서 숨겨버렸고, 투누파는 결국 아기를 찾지 못하고 오랫동안 울었다고 한다. 그때 투누파가 흘린 눈물과 아기에게 먹일 모유가 건조한 땅으로 흘러내려 우유니 사막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유니 사막의 데칼코마니

우유니 사막의 데칼코마니


전라남도 크기의 소금 사막이라면 상공에서 보이지 않을까? 비행기 창을 통해 원초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우유니 사막을 찾았다. 그냥 작고 척박하고 볼품없는 공항에 내렸다. 데칼코마니로 커다란 거울에 반영되는 그림들을 상상하며 제발 파란 하늘아래서 소금사막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버스에 올랐다. 우선 기차 무덤에 들렸다. 폐철로 위에 놓여있는 기차들은 멋지게 기적을 울리며 철로 위를 달리던 영광을 뒤로 한 채 벌겋게 녹슬고 있었다. 볼리비아와 칠레의 전쟁과 광산의 쇠퇴로 사막에 버려진 기차들은 쇠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함부로 버려졌다 관광지로 우뚝 선 기차 무덤 녹슨 기차가 인간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봤다. 기차 무덤에 서 있는 우유니라는 커다란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나의 현재를 찍는 기분이 들어 씁쓸했다. 우기의 끝이라 그런지 콜차니 마을을 지나는데 마을길은 물에 잠겨 있었다. 물에 잠긴 우유니 소금사막은 거울이 되어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을 담고 끝없이 펼쳐져 있어 상상 이상이었다. 흐렸다 개었다를 반복하던 하늘이 제 귀퉁이를 조금씩 들어 올렸다. 소금 사막 한쪽에선 비 내리는 모습이 보이고, 다른 쪽에는 푸른 하늘이 보이고, 또 다른 쪽에선 해가 소금사막 호수로 빠져들고 있는 풍경이 소금사막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기차무덤

비는 계속 오락가락하고 날씨는 추웠지만 황홀한 풍경과 멋진 소금사막을 배경으로 모두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가이드들은 조금이라도 비현실적인 장면을 찍으려고 해가 비치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가이드가 정한 콘셉트에 따라 포즈를 취하고, 나중에는 일행들과 ‘로제의 아파트’를 부르며 춤을 추고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멋지게 찍혀 나온 사진을 보며 힘들었지만 해를 찾아서 달린 보람이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호수 바닥에서 만들어지는 소금의 각을 세어보며 관찰하기도 했다. 점심은 소금사막 가운데 커다란 태극기로 텐트를 쳐놓고 태극기 아래서 식사하는 기분은 특별한 감동이 되었다. 우유니 소금사막 가운데서 태극기로 텐트를 치고 태극기 아래 모여 점심을 먹다니...태극기가 자랑스럽고 어디에 있든 우리를 보호해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외국에서 태극기를 보게 되면 우리 모두는 애국자 모드가 된다.

* 김양숙, 1990년『문학과 의식』시 등단, 2009년 [한국시인상] 수상, 2017년 [시와산문 작품상] 수상, 2013년 부천문화예술발전기금수혜.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비 수혜. 시집 『종이 사막』,『지금은 뼈를 세는 중이다』,『기둥서방 길들이기』,『흉터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고래, 겹의 사생활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