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강서고등학교 교사)
기간제 교사 수가 6만 1,001명을 넘어섰다. 논란의 여지를 알면서도 공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이 작은 불씨를 지펴본다. 문재인 정부 당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에서 기간제 교사만 유일하게 제외됐던 문제를 다시 꺼내야 할 때다. 이 논의의 성패는 결국 기간제 교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변화에 달려 있다.
6만 기간제 교사는 숙련 된 교사인가, 임시직인가? 정규직 전환 포용으로 답해야
최근 전국 초·중·고교의 기간제 교사 수가 6만 1001명을 돌파하며 5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전체 담임교사 중 16.3%인 3만 6480명이 고용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라는 사실은 우리 교육의 근간이 '교단의 비정규직화'로 쏠리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통상 1년 단위 계약과 '쪼개기 계약'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참된 가르침을 온전히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교육 현장의 비극적인 현실이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6만 기간제 교사의 숙련된 경험을 외면하는 교육당국
현재 학교에 근무 중인 6만 명의 기간제 교사는 단순한 보조 인력이 아니다. 이들 중 다수는 수년간 현장에 재직하며 정규직 못지않은 교육 및 행정 노하우를 축적한 숙련된 인력이며, 이들의 경험은 교단의 안정적인 운영과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에 기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시스템은 이들을 '임시직'이라는 꼬리표로 평가절하하고 고용 불안정에 내몰면서 숙련된 능력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구조화되어 가고 있다. 이는 정규직 전환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수년간 쌓은 노하우의 가치를 외면하는 행위이다. 기간제 교사 전원을 일시에 신규 정규직으로 대체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학교 운영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한다. 결국 이러한 구조는 학교 운영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교사의 고용 불안정을 심화시켜 교육의 질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시험 점수가 놓치고 있는 임용시험, 인성교육 역량
교직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들의 인격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인성교육을 본질로 한다. 따라서 교사에게는 지적 능력 만큼이나 공감, 윤리 의식, 책임감 같은 인성적 자질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행 교사 임용 시험은 엘리트주의적 선발 방식을 고수하며 시험점수에 과도하게 의존한다. 이는 학력 우수자를 가려냈을지는 몰라도,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감하며 인성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교사의 심층적인 인성이나 현장 적응력이 임용 시험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임용 체계가 교직의 핵심인 인성 교육 역량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공정성 논란'을 넘어, 포용으로 답하는 정규직 전환 필요
기간제 교사 문제가 장기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교직이 유일하게 제외되었던 과거의 정책적 결단의 부재에 있다. 당시 정부는 예비 교사의 '공정성' 논란과 기존 교원 단체의 '전문성' 논쟁이라는 복잡한 갈등을 피해 미봉책을 선택했다. 이제 교육 당국은 과거의 정치적 부담을 넘어서야 한다. 6만 교사의 능력을 포용하고 교단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험 위주로 치우친 임용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숙련된 기간제 교사를 어떻게 교단의 일원으로 안정적으로 수용할 것인지, 그리고 인성 및 현장 경험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임용 제도를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를 시작할 때이다.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 채용구조 개선해야
2021년 교육통계를 보면 사립학교 정원내 기간제교사 비율은 28.1%로 국‧공립학교 정원내 기간제교사 비율 8.4% 대비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 학교급별 정원내 기간제교사는 사립초 14%, 사립중 27%, 사립고 28.9% 비율을 보였다. 반면 국‧공립 학교급별 정원내 기간제교사는 국‧공립초 3.7%, 국‧공립중 14.4%, 국‧공립고 11.9%에 불과했다. 최근 3년간 기간제교사 비율 추이를 보면 국‧공립학교 정원내 기간제교사 비율은 2019년 8.1%, 2020년 8.1%, 2021년 8.4%로 일정한 범위였지만, 사립학교 정원내 기간제교사 비율은 2019년 23%, 2020년 25.2%, 2021년 28.1%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사립학교의 인건비도 국가가 지원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립학교 기간제 채용구조는 인건비 절약 차원이 아니라 재단에 협조하는 교원구조를 구축하려는 것이 아니가 의심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사립학교의 교직원 구조를 긴급하게 개혁해야 하는 이유이다.
결론적으로 기간제 교사 운영과 관련하여, '숙련'이라는 가치에 주목하고 '포용'이라는 결단으로 응답하는 것만이 흔들리는 교단의 안정을 되찾고 미래 세대의 교육권을 지키는 유일한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