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문학상 수상작가인 구소은 작가가 다섯 번째 장편소설『에펠탑을 폭파하라』를 출간하며 독자들에게 충격적이고도 진실한 화두를 던진다.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삶의 가장자리로 내몰린 두 인물의 우연한 만남과 그들이 품은 은밀한 '에펠탑 폭파 계획'을 통해 현대 사회의 윤리적 깊이와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는 수작이다.
신작 『에펠탑을 폭파하라』는 73세의 프랑스 노숙자 파스칼과 23세의 한국인 자폐 청년 한울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각기 다른 이유로 세상의 경계 밖으로 밀려난 이들은 파리의 심장 에펠탑을 폭파하려는 비밀스러운 계획을 공유하며 서로를 발견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겪는다. 소설은 완결된 플롯보다는 두 인물 사이의 '침묵'과 '공명', '함께 있음'을 통해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돌봄'과 '이해'의 관계를 형성해가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가가 주목한 에펠탑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선다. 소설 속 에펠탑은 "철근이 부식된 에펠탑은 겉으로는 아름답지만 내면은 썩어있는 세계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겉만 번지르르하게 유지되는 에펠탑의 모습은 위선적인 사회와 기득권의 민낯을 비춘다. 이에 파스칼과 한울은 이를 폭파하는 것을 넘어, 부식된 부분을 제거하고 정화된 방식으로 재건을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파괴가 아닌, 과거의 오류를 정화하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윤리적 토대를 세우려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직 지질학자였던 파스칼은 아내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노숙 생활을 자처하며 매일 밤 에펠탑이 무너지는 꿈을 꾼다. 한편, 루브르 박물관에서 미아가 된 자폐 청년 한울은 위선적인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로 인해 말문을 닫아버린 인물이다. 불어 한 마디 못하는 한울은 노숙자 파스칼과 그의 개 '미루'를 만나 관계를 맺으며 언어를 배우고, 세상과 관계를 배우는 '진정한 독립'을 준비한다. 에펠탑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는 행위는 그에게 통과의례와도 같다.
구소은 작가는 이전 작품 『검은 모래』에서 '기억과 역사의 재구성, 책임 있는 윤리의 전이'를 보여주었듯, 이번 작품에서도 무너뜨리는 것을 통해 새롭게 짓는 윤리적 태도를 서사의 핵심으로 삼는다. 작가의 시선은 늘 사회적 경계 밖에 놓인 인물들을 향해 왔으며, 이번에도 자폐 청년, 노숙자, 그리고 개 '미루'에 이르기까지 '존재의 경계'에서 미끄러진 이들의 서사를 감정적이고 물리적인 치유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출판사 관계자는 "이 소설은 독자들을 파리 구석구석으로 인도하며 여행하는 듯한 몰입감을 주지만, 그 중심에는 상처받은 존재들이 서로를 '느낌'과 '침묵'으로 이해하며 치유와 용서, 그리고 연대의 의미를 찾아가는 윤리적 깊이가 있다"며, "탈이념적 시대에 윤리적 감응을 일으키는 작가 구소은의 신작에 많은 독자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구소은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에펠탑을 폭파하라』는 현재 전국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