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대(강서고등학교 교사)
충남에서 한 중학교 교사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비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자택에서 발견된 41세 교사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대한민국 교육 현장의 구조적 실패를 고발하는 강력한 경고음이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이미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렸다. 과연 학교와 교육 당국은 이 헌신적인 선생님을 왜 지켜주지 못했을까?
수업보다 중요한 '잡무', 교사의 업무를 과중시키다
고인이 호소한 스트레스의 주범은 비(非)교육 전문 업무의 과중이었다. 중학교 시청각계(방송) 업무를 맡았던 고인은 노후 한 장비 문제 해결을 위해 60학급에 달하는 교내 곳곳을 뛰어다녀야 했고, 하루 평균 1만 보 이상을 걸었다고 한다.
교사는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 전문가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해야 할 수업 준비와 학생 지도에 집중할 에너지를, 노후 한 장비 관리와 비효율적인 시스템 유지라는 잡무에 낭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학교는 고인에게 교권 침해 학급의 임시 담임이나 담당자 공석으로 인한 추가 업무 같은 예측 불가능한 부담을 쉼 없이 지게 했다. 교사의 헌신과 책임감을 인력 부족을 메우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구조는 결국 교사를 심리적·신체적 한계 상황으로 내몰았다.
'모두가 해왔던 일'이라는 함정
'원래 모두가 해왔던 일이다.'라는 말은 현장의 고통을 덮어버리는 가장 큰 함정이다. 고인의 사례처럼 방송 시설 관리, 노후 장비 수리, 교내 곳곳을 뛰어다니는 육체적 노동은 교사 본연의 업무가 아닐뿐더러,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비효율적인 관행일 뿐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수능 시험 감독이나 평가 업무처럼 엄청난 난이도와 책임이 따르는 비일상적인 업무까지 더해지며 교사의 업무 피로도는 한계를 넘어선다.
교육 현장은 사람이 움직이는 곳이기에 문서 협의와 논의가 필수다. 그러나 예산 집행이나 시설 관리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까지 교사들이 '배워가며' 처리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구조적 실패의 핵심이다. 교육 당국은 이 '해왔던 일'들이 현재 교사들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잡무의 늪이 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교육청 업무 경감, 현장을 외면한 실패
교육 당국이 수년 전부터 교원 업무 경감을 위한 조치를 지속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현장 교사들에게 업무 경감은 그리 많이 적용되지 않고 있음이 이번 사건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는 학교 현장의 복잡성을 세밀하게 보지 못한 시스템 구축의 실패를 의미한다.
행정 시스템 개선이 인력 충원 없이 이루어질 경우, 업무는 여전히 학교에 남아 교사들 사이에서 '돌려막기'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시설 관리의 최종 책임이 '교육 전문가가 아닌' 교사에게 전가되는 모순이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교육 당국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현장 교사의 일과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세밀한 관점으로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교육 공동체의 실질적 협력과 구조 개혁 요구
이 슬픈 사건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교사를 교육 전문가로 되돌려 놓는 제도적 전환을 이뤄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교사 교육 공동체의 진정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교원학습공동체는 형식적인 모임을 넘어, 교사들이 학생의 성장을 위해 협력하고 서로의 업무를 나누며 돕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한 교사에게 과중 된 업무와 스트레스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위험 신호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사 공동체의 연대와 협력은 곧 교육부, 교육감에게 교사의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구하는 힘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사의 희생을 딛고 얻은 이 깨달음은 단순한 대책 발표로 덮을 수 없다. 학교와 교육 당국은 구조적 모순을 혁파하고, 교사가 학생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할 책무가 있다. 교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구조를 고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고인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추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