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호

먼길했던 기러기가 돌아왔다

높은 산에서 단풍이 시작되었다

악마 같던 여름이 지나고

풀숲에 찬이슬 나리는 한로寒露

진짜 가을이 시작되었다

이마에 찬바람을 쐬고서야

정신이 든 곡식과 채소들은

물기를 털어내고 맛을 들였다

맛의 때를 기막히게 알아

이슬의 단맛을 기다린 것이다

오는 이 맞고 가는 이 보내는

바야흐로 추수의 계절이다

호박고지와 가지를 말려 너는

아낙네 머리 위 맑은 하늘

고개 들어 별 헤는 밤이 제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