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해변에서


꿈속에서마저 꿈인 나라 쿠바, 이번 생(生)에 쿠바에 가 볼 수 있을까? 간절한 바람은 쿠바를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았다. 3년 전 남미여행을 계획할 당시 쿠바는 계획에 들어있지 않았다. 단지 남미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중미인 멕시코와 쿠바에 갈 수 있을까? 남미와 중미를 함께 여행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었다. 이번 남미와 중미를 함께하게 된 쿠바여행은 꿈속의 꿈이 이루어지는 여행이었다.

인천에서 멕시코시티까지 비행기로 14시간 다시 멕시코시티에서 2시간 50분을 더 비행해야 도착할 수 있는 나라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쿠바의 풍경은 의외로 비옥해 보이는 넓은 대지를 품고 있었다. 그러나 섬나라다. 사실 섬나라라 함은 사방이 바다로 갇혀 있는 나라다. 반도 국가지만 갇혀 있는 형국인 우리나라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나라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쿠바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나라일까?

2024년 2월 수교를 맺기 전까지는 쿠바 앞에 붙어있는 공산국가라는 수식어가 심리적으로 작용하여 마음에서 먼 나라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젊은 체 게바라가 혁명으로 지켜주고 싶었던 나라. 헤밍웨이에게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나라. 민족의 영혼을 지켜주는 음악의 뿌리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전설을 가진 나라. 누구나 한 번쯤은 가고 싶어 버킷리스트에 올리는 나라다.

도시 곳곳에 쌓여있는 포탄


아바나에 도착한 첫날 저녁 “환영받는 사교 클럽”이라는 뜻을 지닌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된 클럽에서 핏속에 음악이 섞여 흐른다는 쿠바의 민족성 짙은 음악을 들으며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여행자들과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밤을 경험하였다. 흥겹고 강렬하고 감미로운 리듬이 지구의 반대편에서 온 여행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음악은 질 좋은 쿠바산 럼주와 시가의 향기처럼 영원할 것”이라고 했던 라이 쿠더*의 말처럼 여행자들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며 영원히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질 좋은 쿠바산 럼주와 시가의 향기처럼 영원할 것 같았던 쿠바의 음악도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그리고 시엔푸에고스 등 사회주의 혁명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기도 했던 아픔을 간직한 나라다.

문장으로 만나고 문장에 감동하는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의 배경인 쿠바 헤밍웨이가 자주 들렀다는 엘 플로리디타EL FLoridita 카페에 실물 크기로 만들어놓은 헤밍웨이 옆에 앉아 모이또나 다이끼리의 잔을 들고 헤밍웨이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다. 헤밍웨이가 걸어 다녔을 아름다운 아바나의 거리에서 헤밍웨이의 발자국을 찾아 나의 발자국이 겹쳐지기를 바라며 올드 아바나의 거리를 꾹꾹 디디며 다니고 싶었다. 헤밍웨이가 일몰을 바라보았을 모로 요새에 서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싶었다.

카리브해(海)를 온몸으로 막고 서있는 말레콘 방파제가 철썩이는 파도에게 제 몸을 모두 내어주듯 쿠바는 헤밍웨이에게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풍광을 내어주었고 헤밍웨이는 쿠바가 내어준 아름다움을 <노인과 바다>로 소설화한 것이다. 엘 플로리디타는 이미 만석이었다. 문 앞에서 악단이 흥겨운 쿠바음악으로 환영해 주었다. 헤밍웨이의 기[?]를 받고 싶은 나는 다이끼리를 한 잔 들고 헤밍웨이 옆에 앉아 포즈를 취해 보았다.

말레콘 방파제


*라이 쿠더, 미국의 음악가이며 작곡가.

* 김양숙, 1990년『문학과 의식』시 등단 2009년 [한국시인상]수상 2017년 [시와산문 작품상]수상, 2013년 부천문화예술발전기금수혜.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활동비수혜. 시집『지금은 뼈를 세우는 중이다』,『기둥서방 길들이기』,『흉터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고래, 겹의 사생활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