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풍경 : 계룡산 아랫마을엔 여름이 한창이다. 볏대궁엔 이삭이 들고 하늘엔 뭉게구름이 피어오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더위가 한반도를 덮쳤다.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이 불청객의 독재 권력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전국이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냉풍기를 틀어 놓고 잠을 청해야만 했다. 기상 전문가는 말한다. “어쩌면 이 여름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모든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 있다.” 야~ 이거 난리 났네! 이보다 더 뜨거우면 어찌 산단 말인가?
실제 유럽의 라이베리아 반도 스페인 어느 지역에서는 섭씨 50도 육박하는 기온이 관측되었다. 여름휴가 겸 예술유목을 위해 포르투갈 서부 해안을 방문하려던 계획은 포기해야 했다. 아마도 우리의 지구는 수백 년 동안 인류가 저지른 자연훼손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묻고 있는 것 같다. 일부 과학자 또는 환경론자는 “지구는 더워진 정도가 아니라 펄펄 끓고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 온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뭄이 계속된 초여름 땅윗물은 물론 지하수마저 고갈되어 농촌에서는 더 굵고 깊은 관정을 뚫기 시작했다. 지하 100m까지 빨대를 꽂고 물을 빨아 먹는 관정이 들판에 셀 수 없이 많다. 모든 나라는 고갈되는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더 깊이 더 넓게 땅을 파헤치고 경작지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숲을 불태워야 한다. 실제 아마존은 물론 동남아 여러 나라도 화전을 생계수단으로 하고 있다. 그 결과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무지개 뜬 나이아가라 폭포 : 최대한 근거리에서 바라보려는 인간의 욕망은 물보라를 헤치고 폭포를 향해가고 있다.
얼마 전 캐나다의 온타리오주 토론토 근교에서 며칠 머무를 때의 일이다. 집주인은 스위스에서 영어와 불어를 가르치던 교사이었으나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와 숲을 가꾸며 사는 분이었다. 하루는 자연림으로 된 그의 숲을 구경하며 그 규모에 놀랐다. 돌아오는 길에 나무가 없는 구역을 걸을 때 한 노인이 트랙터를 몰고 나타났다. 언뜻 보아도 80이 훨씬 넘어 보였다. 그와 헤어진 후 집주인이 “저 노인이 이 땅의 주인인데 땅값을 더 받기 위해 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라고 말하고 이어 “살면 얼마나 산다고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저 난리다. 아마 저이는 부자로 죽고 싶은가 봐!”라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자로 죽고 싶은가 봐(He wants die rich)!’라는 한 마디가 오랫동안 귓속을 맴돌았다. 그 노인의 생각대로 “부자로 죽으면 저승에 가서 그 돈을 쓸 수 있을까?”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숙고해야 한다. 자연의 질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끝없이 자연을 망가뜨리는 한 인간은 더 이상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생명의 파괴자다! 모든 생명체는 지구의 환경에 기대어 산다. 기생충도 숙주를 완전히 망가뜨리지 않는다. 열기구를 탄 사람이 불씨를 계속 살려야 하듯 우리도 구호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조치로 지구를 두고두고 살기 좋은 행성으로 유지해야 한다. 언제까지 지구를 망가뜨리는 유일한 존재로 남을 것인가?
숲속의 집 : 집주인은 훈장 출신이지만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숲과 집을 지키며 나름의 행복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