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이란 예술유목 2016 (8)

귀국길의 인연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11.19 07:17 의견 4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Imam Khomeini) 국제공항에서 어렵게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Almaty)행 비행기를 탔다. 옆 좌석에 건장한 한 젊은이가 앉았다. 생김새로 보아 이란 사람이었다. 이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먼저 말을 붙여왔다. 알고 보니 그는 이란 서북부의 타브리즈 사람이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터키계이고 모국어도 터키어를 쓴다. 이스탄불에서 공부했고 현재는 테헤란에서 철강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마침 카자흐스탄의 거래처에 일이 있어서 가는 길이라고 했다. 한국의 포철에서도 원자재를 수입해 쓴다며 자신을 화타 바찌니(Fattah Vazini) 라고 소개하며 명함을 주었다. 그는 서른한 살의 젊은 사장님이었다. 결혼 여부를 물었더니 아직 미혼이라며 만나는 여자가 몇 있는데 아직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필자 보고 뭐하냐고 묻기에 한국의 크레이지 아티스트라고 대답했더니 호쾌하게 웃으며 자신의 핸드폰에서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었다. 대부분 사업과 관련한 사진과 야유회에서 찍은 사진들이었는데 북부 이란의 숲이 우거진 풍광들이었다. 그는 이란에 대한 느낌이 어땠냐고 물었다. 아마도 자신들에 대한 외부인의 인식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필자는 솔직하고 담백하게 이란에 대한 나의 첫인상과 자연과 사람 그리고 음식 등에 대한 이야길 했다. 이어서 그는 나이를 물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28살이라고 말하며 젊게 살기 위해 그때 이후 나이는 먹지 않았다고 했다. 처음엔 어이없는 표정을 했으나 이내 나의 의도를 이해하고 공감했는지 좀 더 친밀한 자세로 다가왔다. 나도 대화의 흐름에 따라 더욱 흥미 있게 이끌어 갔다. 결국 한 시간쯤 대화를 나누었을 땐 이미 마음의 문을 열어 상호 방문 시 반드시 연락할 것을 약속하고 이란에서 전시하면 반드시 그를 VIP로 초청할 것이며, 그의 결혼식에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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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면서 비행기 옆 좌석의 승객과 대화를 나눈 것도 참 오랜만의 일이지만 가능성 희박한 약속을 남발한 것도 참 드문 일이다. 그저 따분하니까 나눈 이야기일 수 있지만 상대가 이란 사람이라서 그런지 일과성이 아니라 정말 현실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분명 테헤란의 어느 갤러리에서 내가 전시한다고 연락하면 적어도 서너 명의 친구를 대동하고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게 했다. 이러한 점이 이란 노마드가 필자의 이란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킨 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이란의 젊은 실업인 화타 바찌니! 만일 테헤란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꼭 연락해 볼 것이다. 전시 오프닝에 초대된 그는 그가 말했던 대로 반드시 그날 밤 2부 순서를 책임져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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