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초 새순 제몸 감아 오르는
오월은 잠결에도 희망이 솟아
마른 땅 깊숙히 적신 단비에
망초 대궁도 꼿꼿이 섰다
선유지仙遊池 물새 한 마리
활주로 처럼 수면을 가르고 난 뒤
늘어진 가지 마다 빼곡한 솔잎들 새로
아침 새 소리에 보석 같은 이슬 꿰고
솔가루 겹겹이 쌓인 산길 따라
물오른 쑥모가지 비틀며
문득 전란에 스러진 망자를 생각한다
쑥이야 또 움이 돋겠지만
사람 목숨은 한 번 지면 그뿐
송장배미 살구쟁이 얽힌 사연
칠흙 같이 아득하기만 하네
마침내 쑥모가지 한 자루
가마솥 안에 연두 빛 거품 물고
이승의 한을 풀었어라
하이얀 쌀가루와 방아질로 얽힌
뼈와 살은 한덩이로 뭉그러질망정
네 넋은 퍼렇게 멍든 채
고단한 날 누군가의
봄이 되겠구나!
※송장배미, 공주 동학유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