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진주고등학교 교사)
不言之敎 말 없는 가르침(도덕경 43장 부분)
나는 교사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로 이제 정년이 다가오는 교사다. 그러니 나에게 있어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내 삶의 대부분을 바친 매우 엄숙한 일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분명하고 단단한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교사는 단지 지식을 전수하는 사람은 아니다. 교사의 품격 있는 말에서, 그리고 품격 있는 태도에서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배운다. 그 품격 속에 시대정신이 흐르는 것이다.
1769년 독일의 철학자 Johann Gottfried Herder(헤러더, 1744~1803)가 그의 저서 “Kritische Wälder oder Reflexionen über die Kunst und Wissenschaft des Schönen”에서 처음 시대정신(Zeitgeist)을 이야기 한 이후 많은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었다. 헤러더가 처음 사용할 당시의 의미는 ‘민족정신’에 가까웠다. 이후 Georg Wilhelm Friedrich Hegel(헤겔, 1770~1831)은 이것을 보편적인 '세계정신'의 현상으로 파악하였고 Wilhelm Dilthey(딜타이, 1833~1911)는 좀 더 생활에 근접한 관점의 시대정신을 주장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2025년 현재, 비록 기이한 정치권력에 의해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 삶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은 분명히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딜타이의 관점을 수용하여 생활에서 품격을 바탕으로 하여 성찰과 솔선, 거시적으로는 민주와 공화의 조화, 그리고 나아가 통일과 평화라고 생각한다.
시대정신은 흔히 이야기하는 단순한 이념이나 노선이 아니다. 이 땅에서 주인으로 살아갈 아이들이 이 땅의 주인으로 가져야 할 태도와 정신이 이 시대정신으로부터 비롯된다. 나는 나의 훌륭한 스승들에게 시대정신을 배우고 익혔으며,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나의 태도로 이 시대정신을 가르쳤고 또 가르친다. 다만 글이나 말이 아닌 태도로 가르친다. 그러니 교사는 언제나 배우고 익히며 성찰하고 동시에 솔선하여야 한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아이들에게 의범儀範이 될 수 있도록.
시대정신은 그렇게 도도하게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