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 밥을 먹다가 “아니, 선생이 아이를 죽이다니!”, 식당 주인이 쯧쯧쯧 혀 차는 소리를 과거 선생이었던 나는 차마 고개를 쳐들고 들을 수 없었다.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지당한 말씀이다. 일반인이라도 살인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하물며 교사가 살인을 했다니, 그것도 교사기 제 학교 아이를 죽였다니, 기가 막히는 일이다. 이는 교사라는 존재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다. 가르치는 일과 죽이는 일은 함께 일어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참담하다. 놀란 국민들의 충격과 해당 학교 직원들의 트라우마와 전국의 일반 교사들이 받고 겪었을 황당함과 자괴감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현장조사 직후 심리 상태가 불안정한 그 교사가 흉기를 구입하고 범행을 저지르도록 방치하다시피 한 교육청과 학교 당국의 처사가 매우 안일했고, 방학 중 시행되는 학교 늘봄교육 과정에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것들은 부차적인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사건과 교사의 질병간의 상호관계는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불경스럽게도 나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미 이런 징후는 숨기고 있었지만, 이전부터 학교에서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다. 교사의 우울증은 전체 교사의 40%(유력우울증 28%, 확실우울증 11.9%)가 앓고 있으며 이는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조사가 이미 발표된 바 있었다(전교조 2017). 그런데도 그동안 교육 당국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어제 교육부는 서둘러 유명무실한 제도로 평가받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법제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질환교원심의위원회는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장기적, 정상적 근무가 어려운 교원을 판별하고 관련 조치를 취하기 위한 제도인데, 교육부는 현재 개별 시도교육청이 규칙으로 운영하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이를 법제화해 전국적으로 통일해서 운영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질환이 있는 교원의 휴직과 복직을 모두 심의하고 고위험군 교사의 복직 시 교사의 심리·정서 상태 회복이 확인된 이후에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료진의 진단서 제출만으로 가능했던 복직 과정을 진단서 제출 후에도 실제 회복 정도와 정상적 근무 가능성을 확인하고, 치료기회를 부여한 후 결과에 따라 교직 우선 복귀 또는 면직 결정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특히 학교장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적극적 조치가 가능토록 하며, 교육청 기관(센터)에 상담을 요청하거나 질환심의위 심의 요청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질환교원심의위원회’는 무엇인가? 나는 학교에서 교감, 교장을 하면서 ‘질환교원심의위원회’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뉴스에서 처음 들었다. 나만 모르고 있나 해서 다른 교장 선생님들과 현직의 장학사들에게 물어봤다. 그들도 이 위원회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한 마디로 현직 교장도 모르는 제도만 만들어 두었을 뿐 교육당국은 이런 문제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내가 보기에는 이런 법제화는 교육부의 면피용일 뿐, 하등의 효과 없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정신건강 상태를 알기나 할까? 교육부는 교사들의 질병에 관한 공식통계를 지금까지 작성하지 않고 있었다. 현실을 모르면서 어떻게 처방을 할 수 있는가? 교사들의 질병에 관한 정확한 통계 없이 어떻게 선제적으로 사전 예방을 할 수 있나? 이는 문제가 터지면 해결에 급급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전형적인 행정쇼에 불과하다.

대책을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원인과 실태를 파악하지 않고는 대책을 제대로 세울 수 없다. 교육부는 대책을 세우기 전에 교사들의 정신적 질병의 상태와 규모를 먼저 파악하라. 그리고 그 이유를 파악하라. 교권보호위원회의 조치처럼 단기적이고 임시적인 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라.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과 현상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교육부는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교사들의 전국적인 규모와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걸핏하면 법제화, 교장의 권한 강화 운운하며, 학교와 학교장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는 것이다. 법의 문장은 멀어 멋지지만, 현장에서의 법의 운용은 숨이 막힌다. 학교장을 직권남용이나 인권 침해 또는 교권 침해, 갑질에 휘말리게 하지 말라. 학교장 또한 쉬쉬하면서 내 학교에서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이른바 문제교사를 ‘폭탄 돌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

교사들이 질병을 앓는 원인은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이유가 함께 있을 것이다. 정신적 질병의 원인이 교사의 학교 근무 환경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교육부와 교육청은 원인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단 교사를 임용했다면 교사의 정신적 질병의 원인과 이유를 불문하고 교사들의 치유를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놀란 반응은 도대체 교사라는 사람이 어찌 저럴 수 있느냐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것은 교사라는 직업적 지위에 대한 기대와 교사가 가져야 할 도덕성에 대한 믿음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성직자에 대한 기대와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도 다른 직장이나 조직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교사들 중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나쁜 사람도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천직으로 삼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교사이면서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지 않거나 심지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건강한 사람도 있고 아픈 사람도 있다. 이러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문제가 있거나 아픈 교사들을 찾아서 치료하고, 치료로도 불가능하고 그래서 학생들에게 위해를 일으킬 만한 교사가 있다면 과감하게 그들을 교직에서 추방시켜라.

하늘이가 하늘나라에서 고통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두 손 모아 빈다. 어른들을 용서하지 마라.(주필 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