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남미 여행기를 쓰면서 느끼는 점은 같은 곳을 세 번 갔다 온 느낌이다. 첫 번째는 버킷리스트를 실현할 수 있다는 설렘과 벅찬 감동을 안고 여행 가서 꼭 봐야 할 곳 아니 꼭 보고 싶은 곳들을 체크하면서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직접 여행지를 다니면서 보고 느끼고 만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여행에서 돌아와 글을 쓰면서 찍어온 사진들과 적어온 자료들을 찾아보며 여행지에서의 추억속으로 들어가 한 번 더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CG 화면 속 같은 칸쿤에서 빠져나와 리마행 비행기에 올랐다. 꿈에 그리던 남미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사실이 가슴을 떨리게 했다. 옆자리에는 쿠스코에 사신다는 아주머니가 앉았다. 다른 별에 사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신기하고 반가웠다. 아주머니도 우리가 쿠스코로 간다니까 반가워하며 환영해 주었다. 언어가 되어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다면 비행하는 동안 쿠스코의 서사를 직접 물어보면서 들었을 텐데... 언어의 슬픈 장벽이 아쉬움을 남겼다. 매번 여행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남태평양을 품고 있는 리마는 아침이면 바닷새들이 낳은 해무가 도시로 기어오르고 새들은 제 모습보다 소리를 먼저 보내오는 몽환적인 도시다. 남미 여행의 시작점인 페루의 리마에 와 있는 것이다.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둘러서 있는 아르마스 광장과 산프란시스코 성당 등을 둘러보고, 미라플로레스 해안가에 있는 사랑공원으로 갔다. 남녀가 부둥켜 안고 열렬히 키스하는 핑크빛 동상을 보며 색감이나 형태가 남미답게 강렬했다. 그리고 미술의 오마주인 가우디의 기법을 따라 만들었다는 곡선 조형물은 구엘 공원에서 봤던 가우디의 벤치와 닮았다. 미라플로레스의 절벽 아래선 사랑의 슬픈 결말을 보여주듯 남태평양의 바다가 부서지고 있었다.
리마 시티 투어 후 버스를 타고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인 아름다운 와카치나로 출발했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자 모래 산이 곳곳에서 민둥 얼굴을 보이고 모래를 채취하는 시설 아래로는 조림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작은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위쪽으로 집들이 다닥다닥 위태롭게 들어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인 것은 리마는 해발이 높지 않아서 고산증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패키지 여행은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어 체력을 요한다. 건강관리를 잘해야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