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를 돌아다니다 보면 눈에 쉽게 띄는 게 시사이다. 시사는 류큐의 전통 문화유산으로, 집의 지붕이나 담장, 대문의 기둥 위나 건물의 현관 또는 전면에 붙어 있다. 얼핏 보면 사자처럼 보이나 자세히 보면 사자와 개의 특징이 혼합된 형태의 동물 모습이다.

시사는 악귀를 물리치고 액운을 막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단순한 장식물이 아닌, 오키나와 사람들의 신앙과 문화가 담긴 중요한 문화 표상이다. 1개로 설치된 시사상도 있지만 암수에서 비롯한 음양의 의미로 한 쌍으로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입이 벌어진 시사가 수컷으로 오른쪽에 두어 복을 불러들이고, 입을 다문 시사가 암컷으로 왼쪽에 두어 온갖 재난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암수 구별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어 암수를 놓는 위치가 바뀌거나 입의 개폐에 따라서 수컷이 입을 다물어 나쁜 것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암컷이 입을 벌려 좋은 것을 나눈다고 보기도 한다. 액운을 몰아내기 위해 지붕 위에 단독으로 설치된 시사는 대부분을 입을 벌리고 있다.

또한 집의 벽 하단에 보면 석감당石敢當이라는 글씨를 새긴 명판을 볼 수 있다. 이 석감당은 일반적으로 외진 곳의 작은 길, 누항, 굽은 모서리, 담장이나 제방 혹은 수로변 등에 설치하던 중국의 전통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한다. 본래는 “태산석감당”이지만 보통 석감당만 쓴다. 요괴나 도깨비를 관리하여 액땜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이것들만 보아도 오키나와 문화의 원류는 일본보다는 중국 발이다.

메도루마 슌의 소설에서 보면 마을마다 전통적인 신녀들이 나오고, 신기가 있는 사람들은 사람들의 혼령을 보고 혼령과 대화하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나오지만, 지금은 전통 신앙은 본토의 신도에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본토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인의 비율은 매우 적어, 길을 다니다가 교회를 보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기보다 약간 쉽다.

오늘날에는 관광 상품화되어 기념품 가게에서 다양한 표정과 자세를 가진 시사 조각이나 석감당을 판매하고 있다.(글 전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