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는 길

- 오키나와 고혼孤魂들의 앞바다에서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5.01.25 07:54 | 최종 수정 2025.01.25 07:56 의견 0

전종호

바다, 잔잔하거나 출렁이거나
아니면
거친 까치노을로 덤벼들더라도
당신에게
돌아갈 수 없는 건 아니다
대륙 사막 끝 초원에서
반도의 변방까지
하늘이 스스로 바람길을 내어
새들을 날게 하듯
사람들이
재를 넘고 강을 이어
나와 너 사이
마음 길을 뚫고 살아가듯
바다 밑 물길 따라
물고기가 떼를 이루고
그 위에 뗏목을 띄어
이 민족 저 민족이 이동하듯
큰 바람 불어
바다를 뒤집고 배를 덮쳐도
깊은, 아주 아래
깊은 곳으로
물길을 내고
오키나와에서 제주 앞바다까지
쿠로시오 검은 물길을 따라
돌아가고 싶다.
아, 이방에 나를 팔아넘긴 비루한 조국!
그래도 결코 마음에서 지울 수 없는 그리운 나라
두 날개 다 찢기더라도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이 바다 검은 물길을 거슬러
절절한 걸음으로
당신에게 돌아가고 싶다

* 후쿠오카에서 배를 타고 오다가 태풍 때문에 돌아갔던 오키나와를 10여년 만에 다시 왔다. 당시 조선처럼 중국에 조공을 바치며 독립국이었던 류큐 왕국이 일본의 사쓰마번의 침략을 받고 메이지 시대에 이른바 류큐조치로 일본 땅으로 편입된 곳. 태평양 전쟁 때 본토를 지키기 위해서 일본의 대리 전쟁터가 되고 20만명의 희생 속에 미군의 지배하에 남았다가 1972년 일본에 다시 반환되었지만, 여전히 대중국 미군기지로 활용되고 있는 곳. 저 희생자 20만명 속에는 징용으로, 위안부로 끌려온 조선인 남녀 청춘 1만명의 목숨도 있다. 오키나와에 와서 아픈 우리 역사를 읽는다. 이곳에서 조선의 고향 땅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청춘의 마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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