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튀르키예 유목을 그리며 2

김치 퍼포먼스와 아름다운 항구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5.01.07 08:15 의견 2
이즈미르 문화원 김치 퍼포먼스(Kimchi performance Izmir Culture Center Turkey 2016)
유목민의 식탁 중앙에 오른 김치, 2017
이즈미르에서 만든 김밥 2016

아침 한나절 늑장을 부리며 여독을 풀었다. 바롤이 점심에 집으로 왔다. 우리는 김치 담글 재료를 차에 싣고 문화센터로 갔다. 배추는 간밤 소금에 절여 놓았지만, 나머지 재료들은 문화센터 직원의 도움으로 다듬었다. 주방 가득 들어선 이즈미르 사람을 향해 김치를 먹는 한국의 식문화를 소개하고 분위기 환기를 위해 “여러분 먹기 위해 삽니까, 살기 위해 먹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대부분 “둘 다입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창작을 위해 먹는 것도 잊지 마세요!”라고 했더니 모두 박수로 맞아 주었다.

중앙테이블 위에 준비된 절인 배추와 대파, 마늘, 양파, 붉은 고추, 당근 등의 화려한 색상과 그 특유의 미감에 대하여 설명한 후 믹서로 갈고 채를 썰어 함지박에 담았다. 색채와 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강하게 다가왔다. 특히 마늘 냄새가 코를 찌르듯 자극이 강했지만, 새우젓을 넣고 골고루 섞은 뒤, 배를 갈라 절인 배추를 놓고 골고루 양념을 묻혔다. 모두 신기한 눈으로 김치 담그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양념을 잘 묻힌 배추를 그릇에 담고 남은 양념에 절인 오이를 넣고 버무렸다. 김치맛이 궁금한 사람들의 시음 후 다양한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많은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튼 맵다고 엄살을 부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이지 한 바가지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후 늦게 바롤과 함께 이즈미르의 상징과도 같은 바자르(재래시장)와 시의 중심에 자리 잡은 해변공원을 산책했다. 인구 4백만이 넘는 대도시, 거대한 시장은 가는 곳마다 만원이었다. 시장의 상점마다 섬세하고 화려한 상품과 친절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죽했으면 서양 사람들이 이 도시를 두고 동양의 진주라고 했겠는가! 맥주로 목을 축이고 바닷가로 나왔더니 시원한 바람과 검푸른 바다, 코발트 빛 하늘이 먼저 반겨주었다. 때마침 석양 그늘의 거리와 광장을 메운 사람들의 표정에서 읽히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유럽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이 이즈미르의 진정한 모습일 것이다.

해변에 있는 중앙광장의 한쪽에 있는 재향군인회관 식당에서 연어구이를 허브향이 진한 전통술 라키아와 곁들여 먹었다. 이미 태양은 산을 넘었고 산 그림자가 온 세상을 덮어 출렁이는 바다는 먹물처럼 검다. 내륙으로 깊숙이 밀려들어 온 바다를 감싸고 반짝이는 크고 작은 불빛들은 검푸른 바다가 여객선과 함께 일렁이며 수를 놓아 더없이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다.

아름다운 밤이다.

이즈미르 버닷가의 요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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