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소개,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
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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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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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댄서의 단순한 소망 같은가? 책 제목이다. 제목이 너무 낭만적인가? 그것도 집도 절도 없는 미얀마의 소수 부족 로힝야의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제목이 적절한 것인가? 그러나 알고보면 이 문장 속에는 로힝야 난민 여성들의 현실과 소망이 모두 담겨 있다. 대나무 지주에 천막으로 하늘을 가린 캠프의 임시 거주지인 쉘터는 너무 좁고 난민 이슬람 보수적인 문화 때문에 항상 춤을 추고 싶은 여성들은 집에서 춤을 출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난민 상황에 춤이라고?춤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일뿐 '실존은 항상 본질에 앞선다'.
로힝야족? 처음 듣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들어본 사람도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로힝야족은 원래 미얀마 라카인주에 살던 소수민족이다. 미얀마의 주류인 불교 버마족의 탄압과 인종청소 정책 탓에 지금 미얀마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의 지역 수용시설(캠프)에서 100만의 인구가 살고 있다. 버마 주류는 그들을 로힝야라고 호명하지도 않는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불법 이민자’라는 뜻을 담아 ‘벵갈리’라고 호명하거나 이들이 피부색이 조금 더 검다는 이유로 ‘칼라’라고 비하 표현을 한다. 이들은 탄압받는 소수민족 가운데에서도 극심한 차별과 박해를 받아왔는데 미얀마에 몇 백년 동안 살고 있으면서도 그들에게 국적도 시민권도 부여받지 못하고 살고 있다. 말 그대로 제 땅에서 추방된 이름 없는 족속이요, 언제라도 맑고 깨끗한 미얀마를 위해서 제거되어야 할 인종청소의 대상일 뿐이다. 또 다른 이름의 홀로코스트이다.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이다.
이 책은 이러한 폐허와 같은, 민족(로힝야)×종교(이슬람)×계급(천민)×재산(빈곤)×성(여성)의 다중 차별의 난민수용소에서 꽃처럼 피어난 ‘샨티카나(평화의 집)’의 이야기이다. 제 땅에서 쫒겨나 남자들은 대개 전쟁터에서 학살되고 살아남은 여성들이 남의 나라 수용소에서 아이들과 노인들을 돌보며 살아가야 하는 무기력한 상황에서 심리적인 치료 프로그램을 통해서 겨우 자립한 여성들이 심리적으로 굴종상태인 동족의 다른 여성들을 돕는 공동체가 ‘샨티카나(평화의 집)’이다. 폐허와 절망 속에서 ‘샨티카나’가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이야기와, ‘샨티카나’의 오늘이 있기까지 샨티카나를 만들고 지원해온 아디(ADI, Asian Diginity Initiative)라는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노력이 담겨 있다.
로힝야족의 과거와 현재는 이유경 기자의 <로힝야 제노사이드(정한책방)>에, 미얀마의 현재 상황은 <우리 가까이, 미얀마(류해온, 더스토리)>를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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