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수), 7.4(금), 이틀에 걸쳐서 관산중학교 1학년 4개 반에서는 아주 특별한 과학 캠프를 진행했다. 하민수(서울대 과학교육과) 교수가 제안한 과학 캠프를 본교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하고 8차시에 걸쳐서 수업을 전개하였다. 연구진은 다양한 국적의 이주 배경을 지닌 본교 학생들이 디지털을 이용하여 언어의 장벽을 넘나들며 학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다. 관산중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실험과 직접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연속적인 과학 캠프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에 수업설계안을 공유하면서 학생들의 민낯 그대로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수업진행자 4명 외에도 장인철(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를 비롯하여 연구자 6명, 학부생들도 수업 참관을 위해 3명이 더 왔다.


<현미경으로 시작하는 생물 관찰 & 생물 다양성>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 오지희 선생님은 “이번 수업은 다양한 언어적·문화적 배경을 지닌 학생들과 함께 교실을 구성하며,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수업 전에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학생들의 참여가 제한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수업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학생들도 표정, 몸짓, 시선 등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수업에 반응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었고, 이를 통해 학생들의 몰입도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라며 학생들의 참여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우리는 왜 서로 다를까?>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 김지은 선생님은 “학생들 간에도 자연스럽게 도와주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중언어가 가능한 학생들이 모둠 내에서 통역이나 설명을 자발적으로 해주는 모습이 있었고, 이를 통해 학생들 간 상호 이해와 협력의 장면이 종종 연출되었다. 교사 입장에서 학생 개개인의 반응과 특성을 더욱 세심히 관찰하고 대응하게 되었으며, 언어 능력의 정도와는 별개로 수업에 진심으로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에 많은 동기를 얻었다.”라며 기뻐하였다.

한편 1반과 3반 학생들은 사고하고 논증하는 능력이 더 높을 것으로 판단하여 과학적 논증과 동료평가를 하도록 설계했다. <과학적 논증과 동료평가>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 박승아 선생님은 “서로 협력하며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교사의 설명이 없이도 먼저 행동에 나서거나 관찰 결과를 직접 보여 주는 등 주체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려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언어 외적인 표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해주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앞으로 다양한 표현 방식이 허용되는 수업을 더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라며 수업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이서연 선생님은 ”처음 만나는 교사임에도 학생들은 빠르게 적응하며 수업 흐름에 잘 따라와 주었던 것 같다. 질문에 반응하고,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해내려는 노력이 교실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이 서로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배우는 경험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업을 진행한 네 분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참여와 적극적인 반응, 질문에 크게 고무되어 좋아하였다. 특히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에서도 배움이 이루어지는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이중언어 학생이 또래를 도와주는 모습, 다양한 학생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협력하는 분위기는 교실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배려의 문화로 보였으며, 이는 다문화 교실의 긍정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요소로 인식되었다. 과학적 논증이 어렵거나 못하면 어쩌나? 하고 미리 염려한 바도 있었는데 막상 수업을 진행하니까 학생들이 잘 따라주었고 자기 생각을 만들어가며 논증을 하였다.

과학 캠프에 참여한 연구자 중 장인철 교수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참여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교사가 다국어 자료를 준비하고 시각 중심의 활동을 병행함으로써 수업 참여의 기반을 잘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활동지, 프린트물, 시각 자료의 다국어 제공은 언어 능력의 차이를 보완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라며 2학기에는 영어 캠프를 준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과학 캠프의 총책임을 맡은 하민수 교수는 “이러한 수업이 단순히 교과 지식 전달을 넘어서, 학생 개개인이 수업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참관은 교육 현장에서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어떤 실천이 가능한지를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연구자로서도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얻은 배움이 많았던 시간으로 기억하겠다.”라고 큰 의미를 두었다.

한편 이틀에 걸쳐 8차시 과학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젊은 연구자들과 같이 새로운 수업을 하게 되어 흥분하였다. 생각하지 못한 주제에 접근할 기회를 가져서 인식의 확장과 과학적 사고가 무엇인지 알게 해준 좋은 수업이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글 염경미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