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 오전 9시 우리 일행은 수천 년 원시림으로 산책을 나섰다. 뱃길로 30분 숲길 두 시간 투어의 길잡이는 촌장이었다. 노인은 능숙한 몸놀림으로 구명조끼를 입히고 모터 보트를 몰아 거울처럼 반들거리는 수면 위를 내달려 목적지를 향했다.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촌장은 더이상 동네 노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의 처지도 예술가에서 여행객으로 급전환되었다. 요소요소마다 이어지는 그의 스토리텔링은 예상 밖으로 가끔 던지는 질문과 함께 진지하고 학구적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식물학, 지질학, 생태학 등을 섭렵하며 넘나들었다. 적송과 백송(흑송)의 생태적 특성을 구분하고 그 지식을 근거로 악천후나 농무가 덮힌 호수에서 방향을 분간하고 옳게 항해하는 방법 등의 설명을 들으면서 물가에서 오래 산 사람의 지혜를 볼 수 있었다.
그가 직접 개척하고 관리하는 산책로를 따라 숲속 깊이 들어가며 문명이 닿지 않은 원시림의 신비로운 모습은 촌장의 열정과 경험을 토대로 맛있게 버무려져 한 꺼풀씩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달려드는 모기떼를 쫓아가며 숲으로 들어서자 사람 키만 한 높이에 녹슨 대못이 밖혀 있었다. 노인의 설명에 의하면 사람들이 곰사냥을 위해 박아놓은 것이라 했다. 못에 매달린 먹이를 먹기 위해 앞발을 들고 섰을 때 옆구리에 총알을 박아 넣으면 사냥이 끝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이 지역에 사는 동물로 여우가 있다. 그들은 가끔 동네서도 목격된다. 그리고 물길을 막아 호수를 만드는 비버는 아주 흔하며 사슴 무리로는 '무스'라고 하는 동물이 있는데 5월 중 한두 마리의 새끼를 낳고 12월쯤 탈각한다. 숫놈은 비버 연못에 자라는 수련잎을 뜯어 먹으러 오는데 노인의 말에 의하면 뿔이 자라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암놈은 절대 수련을 뜯지 않는다고 했다. 이 또한 신비로운 자연의 질서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촌장이 말하길 요즘같이 날이 더워지면 무스들이 따뜻한 아스팔트에 배를 대고 자다 로드킬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놈들은 움직이는 물체 인식이 탁월하지만 직진으로 다가오는 물체에 대한 인식 능력이 떨어지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더구나 야간에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 무스 사냥이 허용되는 기간은 10월 중 약 2주간이다.

숲을 이야기 하는 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