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이란 예술유목 2016 (5)

이란의 휴일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10.29 09:12 | 최종 수정 2024.10.29 11:46 의견 0
유목 작가들의 사막 체험
핫산 아바드의 사막체험


이란예술유목의 주제는 “목마른 땅(Thirsty Land)”이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데다 유목 기간이 건기라서 가는 곳마다 목마름이 피부에 닿았다. 그러나 이렇게 깡마른 대지에도 생명이 움트고 오랜 역사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를 발전시켜 온 현지 사람들의 지혜와 적응력에 경의를 표한다. 어쩌면 우리의 주제 “목마른 땅”이 이들이 마주한 현실을 대변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그래서 퍼포먼스의 마지막 외침, 아니 절규가 더 인상적이었나 보다.

내일은 또 새로운 곳으로 떠나야 하는 노마드의 연속이다. 마지막 활동지인 테헤란을 향해 아침 일찍 출발한다. 테헤란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지 상상하며 잠을 청한다.

12월도 어느새 절반을 넘긴 16일 아침 카샨의 숙소에서 식사를 마치고 9시에 출발하여 목적지인 테헤란을 향해 출발했다. 오늘은 금요일 휴일이다. 이란 사람들도 당연히 일주일이 7일로 돌아가지만, 쉬는 날만큼은 서구와 달리 이슬람의 전통에 따라 수요일과 금요일 이틀을 쉰다. 그래서 금요일이 일요일이고 토요일이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인 셈이다. 따지고 보면 전 세계가 사용하는 일주일의 ‘주일’은 기독교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일요일은 ‘주의 날’ 즉 ‘안식일’로 모든 일을 멈추고 쉬는 날인 것이다. 국가의 기원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마호메트가 신의 계시를 받아 메카에 이슬람국가를 건설한 날로 기원을 쓰기 때문에 올해가 1395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우리도 단군기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활용하지 않으므로 정확히 기억하기 힘들다. 다만 필자가 기억하는 것은 서양 기원보다 2333년의 역사를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기를 확인하려면 항상 서기 2016+2333=4349, 즉 올해가 우리 민족기원 4349년이 되는 것이다.

작가들을 안내하는 나달리안
페르시아풍 도자기들

아무튼 우리가 사는 지구촌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와 언어, 그리고 종교가 혼재하여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래서 더욱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사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된다. 가끔 답답할 때 전 인류가 하나로 통일된 언어를 쓰면 편리하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각자의 전통을 지키고 정체성을 유지하는 다양성이 우월한 가치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일제 강점기 때 서양 기원을 도입하면서 단군 기원은 점차 생활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가 쓰는 시간도 동경 시간을 기준으로 쓰고 있다. 일본 여행을 하다 보면 불편함보다 편리함이 더 많다. 그러나 이 또한 일제의 잔재인 것을 생각하면 다시 기분이 우울해진다.

한때는 필자도 ‘세계화’의 물결에 합류하지 않고 자신들의 고립시키는 듯한 이슬람 문화권의 문화적 정치적 입장을 잘못 이해한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러나 서구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굳이 동참하지 않는 것은 각자의 선택의 문제인 것이다. 불편함이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며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언젠가 이슬람권의 작가와 함께 레지던스에 참가했었는데 기도할 시간이 되면 현장에서 작업을 멈추고 간단한 자리를 펴고 메카를 향해 나침반을 놓고 예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땐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하면 그들의 전통적 사고와 종교적 신념으로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신은 메카에 있는데 엉뚱하게 카이로나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현장의 퍼포먼스, 머리에 무언가를 쓰고 있는 이란 여성 작가들

터키를 가보면 길거리에 독일 차들이 유난히 많다. 아마도 열대 중 3~4대는 독일 차량이다. 반대로 독일에 가보면 터키 이민자들이 많고 터키 식당이 성업 중이며 케밥이 싸고 먹을 만한 음식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서로 긴밀한 관계였다. 그런데도 독일 내 터키 이민자들이 궁극적으로 독일인화 되지 않고 그들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서 아마도 독일 정부의 딜레마는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도 시리아 등 아랍권에서 탈출한 생존을 위한 난민 수용에 관해 많은 유럽의 나라들이 고민에 빠져있다. 사회구조로 볼 때 출산이 현저히 저조한 나라들은 새로운 노동력의 수혈이 불가피하지만, 난민들의 교육 수준과 그들이 지닌 -여간해서는 잘 동화되지 않는- 민족적 종교적 정체성이 걸림돌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받아들이는 견해와 수용되는 태도가 서로 다른 것이다.

익숙한 차량과 이란 여성 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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