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모여든 여기
사라진 수몰 마을이 있었다지
갑천면 구방리 중금리 화전리 포동리
마을 사람들이 살던 곳
찰랑거리는 호수를 따라 걷는 길에
'장터가는 가족들' 조형물을 보다
문득 소리가 들려와
사라진 장터 장꾼들 소리
아이들 웃음소리 엿장수 가위질 소리
그 부서진 기억의 서사가 서로 글썽이며
바람벽에서 어루만지고 있었어
아 , 나는 그때야 알았어
망향의 동산이 된 슬픈 사연을
그리움이 깃들면 이리 될까
그래서 초가을 횡성호수는 이리 고울까
수국이 흰 눈처럼 흔들릴 때면
숲이 물에 잠긴 기억을 지키고
그 물이 길가는 이들을 적셔
이름 모를 황혼녘의 노부부도
어미의 등에 업힌 갓태어난 아기도
거친 손을 맞잡은 가난한 부부도
그만 넋을 잃고
호숫가 흐르는 그리움의 눈물에
마음을 씻고 있었어
눈물이 손을 내밀어
시 이낭희(행신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