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산책(61)

정년 퇴직을 1년 앞두고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9.04 08:28 의견 0

김준식(진주고등학교 교사)

2024년 9월 2일, 월요일 밤이 되었다. 문명권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우리 문화에서는 한 주의 시작이고, 달력으로만 보자면 한 주의 시작점에 일요일이 먼저 나오니 월요일은 한 주의 두 번째 날이 된다. 어쨌거나 오늘은 월요일이다.

정년이 오늘로 정확하게 1년 남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우울해졌다. 생물학적 나이로 치자면 올해 2월이나 아니면 지난 8월에 퇴직했어야 하는데 법정 나이가 아직 남아있으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같은 연배들이 없는 학교라고 생각하니 조금 휑하다.

남은 1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지만 교사의 삶이 크게 진폭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무위無爲로 보내는 것이 옳은지도 모르겠다. 무위라 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무위가 아니다. 무위는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결과로 어떤 것을 남기지 않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의 유위有爲로 말미암아 순행하고 있던 질서를 흔들거나 아니면 불필요한 단서를 만드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 무위다.

불교에서는 무위를 매우 강조한다. 무위는 범어 'asamskrta'인데 그 어원은 ‘조건화하지 않는 상황’을 의미한다. 즉 무위는 조건에 지배되어 생기는 유위有爲와는 달리 어떤 행함이 없는, 원인이나 조건을 초월한 형태로써 분별과 망상이 단절되어 어떤 움직임도 일어나지 않는 마음 상태를 말한다. 말을 해 놓고 보니 불교의 무위라는 말의 경지는 나의 범위를 넘어선다. 하지만 그 최소한이라도 다가가고 싶은 마음은 사실이다.

오히려 도덕경의 무위에 대한 언급이 나에게는 현실적이다.

是以聖人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시이성인처무위지사, 행불언지교.) 그러므로 성인은 무위로 일을 처리하고 말없이 가르침을 실행할 뿐이다. <도덕경 제2장 부분>

‘무위로 일을 처리한다’라는 말은 앞서 말한 것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집착과 편향에서 벗어나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때와 장소에 합당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처리한다는 의미다. 즉 그렇게 일을 처리하는 태도가 무위다.

‘말없이 가르침을 실행한다’의 의미 역시 무위를 토대로 하면 자연스럽게 필요 없는 말을 줄이게 되고 부드럽지만 뚜렷한 태도로 실천하는 것이다. 자신이 자신의 성과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누군가 자신의 성과를 이야기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닌 상태가 바로 무위의 태도인 것이다.

1년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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