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합성 음란물(딥페이크) 피해, 전국 중고등학교로 퍼져
중앙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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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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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들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물이 전국적으로 나돌아 심각한 파장이 일으키고 있다. 유포된 영상에는 대학생, 군인, 교사, 심지어 중고등학생들까지 포함되어 있고, SNS 등에는 200곳이 넘는 '피해 학교 명단'으로 떠돌고 있어 자신의 사진이 여기에 떠돌아 다니는지 막연한 공포심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26일, 연합뉴스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학생회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현재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신상 및 딥페이크 합성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며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개인 사진을 내려 피해를 예방하시기 바란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텔레그램에서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편집한 허위 영상물을 생성·유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단체 대화방이 대규모로 발견됐다. 앞서 인천 소재 모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이 타겟이 된 단체 대화방 운영자 등이 검거됐는데, 그 외에도 전국의 각 지역·학교별로 세분된 텔레그램 대화방이 다수 만들어져 대화방마다 수천 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들들은 이른바 '겹지인방'이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이 서로 같이 아는 특정 여성의 정보를 공유하고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의 방식으로 성희롱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성적 허위 영상물에 대해 총 7천187건의 시정 요구를 결정했으나, 올해에는 7월 말까지 전년 대비 약 90%에 달하는 총 6천434건을 시정 요구해 이런 범죄는 증가 일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수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체 대화방 운영자에 대한 신원 특정이 어렵고, 텔레그램이라는 플랫폼에서 단서를 확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텔레그램은 다른 SNS에 비해 더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지만,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유해 콘텐츠의 새로운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도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교원단체가 전수조사와 피해자 보호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7일 성명에서 “피해 명단에 올라온 학교들은 다급히 사안 파악에 나서 위센터 등 상담 기관과 연계하여 피해자 지원을 준비하고 있으나, 정작 교육부와 교육청은 관련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피해자 보호 방안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교조는 “즉각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 마련, 교육부 차원의 전국 초·중·고교 대상 불법합성물 성범죄 실태 파악 및 전수조사 등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교사노조연맹도 이날 신고절차 대응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긴급 대책을 촉구했다. 교사노조연맹은 성명에서 “온라인 '딥페이크 제보방’에 전국 피해학교 200개 이상 명단이 공개되어, 학생과 교사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성범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과 불안 호소하고 있다”라면서 “국가 차원의 신고 절차 및 대응과 피해자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전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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