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동유럽 예술 유목 1

불가리아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7.09 05:49 | 최종 수정 2024.07.09 09:46 의견 5
헝가리 에게르대학교에 자연미술학과를 창설한 이스트반 교수. 그는 현재 헝가리 예술대학의 총장으로 유럽 미술계의 왕성한 미술 기획자다.
에게르의 놋스바이 자연미술 캠프 기념사진(세계예술유목을 실현하기 위해 홍보차 이곳을 방문했었다.)

동유럽 예술유목은 야투와 헝가리의 대표적 자연미술 연구가 겸 작가인 이슈트반 에로스 교수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행사의 개요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3국을 2017년 7월 한 달 동안 10일 단위로 끊어 차례로 유목하고 그 결과에 대한 전시는 부다페스트의 한국문화원 전시장에서 사진 비디오 오브제 설치 등을 활용한 도큐멘테이션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수만 리를 주파하는 강행군과 방문하는 나라와 지역마다 숙박과 식음료 등 일체를 제공해 준 나라별 감독의 우정어린 도움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그들은 모두 헌신적으로 자신의 구역을 책임졌다. 특히 부다페스트의 한국문화원의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큐레이터 김지영 선생의 도움은 잊을 수 없다.

탐사
동굴 속 나선형 : 놋스바이 언덕의 동굴은 과거 혈거의 흔적이지만 현재는 예술가들의 작업 연구의 터전이 되었다.

불가리아(2017년 7월 1~10일)

불가리아의 지형 : 흑해를 향해 가던 중 풍화작용에 의해 바위가 마치 돌기둥처럼 서 있는 특이한 지형을 만났다.

벨리코 토르노브 : 과거의 수도였으나 현재는 불가리아 제2 도시로서 많은 유물과 유적이 있다. 계곡을 낀 도시의 전경이 아름다우며 야투와 인연이 있는 두피니(Duppini) 그룹의 근거지가 근교의 가브로븟치 마을에 있다.

6월 30일 동유럽 예술유목의 출발지인 불가리아 제2 도시 벨리코 토로노보 근처 가브르븟치 마을에 밤늦게 도착했다. 마을 안 조용한 곳에 있는 두피니 아트 센터(Duppini Art Center)는 폐교를 임대해 마련한 이곳 예술가들의 둥지다. 그리고 루멘 드미트로프는 두피니 그룹의 리더 겸 불가리아 유목 프로젝트의 감독이다. 지정된 숙소에 여장을 풀고 늦은 밤까지 우리 일행의 도착을 기다린 사람들과 불가리아의 전통술 라키아(다양한 자두와 과일 등으로 술을 담아 증류시킨 술, 헝가리는 파링카, 이탈리아는 그라파라고 한다.)를 한두 잔 나누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부다페스트를 떠나 이곳까지 승합차를 끌고 오는 유목 본진을 아침부터 기다렸다. 물론 도착 시간이 밤이란 것을 모르진 않았지만 모두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다. 그러나 이스트반 교수가 이끄는 본진은 예정보다 서너 시간 늦게 도착했다. 모두 반갑게 맞이하고 인사를 나누며 자정이 넘도록 우정을 나누었다.

7월 2일 아침 식사 후 동유럽 예술유목의 첫 일정으로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16세기 러시아 정교회의 수도원으로 답사를 갔다. 수도원의 건축들은 생각보다 투박하게 느껴졌다. 정원의 꾸밈새도 신성한 수도원이라기보다 친숙한 시골 마을의 부잣집 정원을 보는 것 같았다. 특별한 것이 없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고나 할까? 아무튼 거창한 규모나 화려한 치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쩌면 우리의 친구 루멘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만 정원의 해묵은 포도 덩굴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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