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안개와 구름의 나라 스코틀랜드 4

게어록의 대 홍합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7.02 06:50 | 최종 수정 2024.07.02 07:28 의견 10

게어록은 큰 산 아래 작은 포구마을이다. 산에서는 쉬지 않고 맑은 물이 바다로 쏟아져 내린다. 물빛은 이끼가 누적되어 토양이 되어가는 암갈색 피트층을 거쳐 나오며 갈색을 띤다. 이 차고 깨끗한 물은 산소와 미네랄을 머금고 바닷속으로 파고들어 임해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다. 린의 집으로부터 바닷가까지는 울타리 쳐진 초지를 지나 빵집과 푸줏간을 돌아가더라도 10분이면 된다. 깨끗한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에 다양한 수중 생물들이 사는데 미역 다시마를 비롯해 고동,삿갓조개, 홍합도 끼어있다.

썰물이 끝나고 파도가 잔잔해질 무렵 바닷새들의 자맥질도 잦아질 때 물 빠진 바위 덤불에 가면 커다란 홍합들이 모처럼 햇살에 껍질을 검게 그을리는 듯 덕지덕지 붙어있다. 처음 이것을 발견했을 땐 채취할 수 없었다. 필경 독이 있는 홍합이 아닐까 염려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곳 사람들은 마을 앞 바위에 붙은 홍합을 먹지 않았다.

주먹만 한 크기의 홍합을 초장 발라 굽고 포도주와 함께 먹으니 특별한 안주가 되었다. 비 오는 날 파, 마늘 다져 넣고 우려낸 국물은 몸을 덥혀주고 숙취 해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듯했다. 홍합이 크다 보니 가끔은 좁쌀만 한 진주도 지글거린다. 대서양을 건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콩알만 한 진주의 꿈을 키우는 것도 애주가의 낭만이 아닐까?

한식요리
게어록의 바다 고동 :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틈을 내 한식 요리를 한다. 김치와 된장국이 현지의 재료와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떠나는 날

홍합과 손 : 대 홍합 중 일부, 큰 것은 사진 속 홍합보다 두 배 이상 되는 것도 있다.

6월 30일 2주일의 일정을 마치던 날 아침 게어록의 날씨는 그리 사납진 않았으나 구름이 낮게 깔리고 이슬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그동안 정들었던 사람들과 작별하고 린의 승용차로 인버네스를 향해 떠났다. 약 2시간 거리, 한국에서 같으면 공주에서 서울까지 보다도 먼 거리인데 왠지 유럽에선 그리 멀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영국 지도를 보면 머리 부분의 서쪽 바닷가에서 동쪽 바닷가로 가로지르는 형국이다.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동으로 갈수록 잘 다듬어진 산세는 점차 완만해지고 들녘은 잘 다듬어진 경작지와 가옥들이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다. 따라서 곡식 대부분과 채소들은 동부에서 생산되고, 서부는 거칠고 황량하여 거센 바람과 냉랭한 기온, 낮은 구름 등 삶의 조건이 좋지 않은 편이라서 인적도 드물고 약간의 목축과 자연적인 풍광만 있을 뿐이었다.

인버네스의 복판 버스 터미널에서 커피를 마시고 아쉬운 작별과 함께 린이 챙겨주는 도시락을 받아 들고 메가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생각보다 20분이나 늦게 출발하여 에든버러공항까지는 4시간여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곳에 도착하던 날 왔던 길을 거꾸로 가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면서도 낯선 이역의 여행길이 적잖게 걱정이 되었다.

게어록의 한국 음식 : 김치와 된장국 그리고 밥. 우리 식단의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러나 현지의 재료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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