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우의 자연미술 이야기, 안개와 구름의 나라 스코틀랜드 3

소방서에서의 자연미술 프리젠테이션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6.25 08:38 | 최종 수정 2024.06.25 08:40 의견 2
스코틀랜드는 토양의 표층이 두툼한 피트(Peat)로 덮여 있다. 이 층을 말려 연료로 쓰는데 특히 그 연기로 훈연하면 독특한 스카치 위스키의 맛을 내는 것이다.


6월 말 여름의 한복판으로 접어드는 시기, 하이랜드의 호숫가 캠프는 이미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자연 현장의 작업은 언제나 조용하고 외진 곳에서 진행되다 보니 모든 것을 오롯이 홀로 감당해야 한다. 같이 작업하는 동료가 유일한 관객이 될 때도 다반사다. 그러한 상황이 때로는 아쉽고 때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

자연미술 작업은 현장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가끔 실내의 전시나 발표를 진행한다. 물론 현장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없으나 다른 방법이 없으므로 이러한 소통의 방법은 매우 긴요하다. 게어록의 마당발 린의 협조와 주선으로 소방서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연미술 발표와 글로벌 노마딕 프로젝트를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

인버뷰 PT : 소방서의 기록이 없어 몇 년 후 다시 방문했을 때 이곳에 200년 가깝게 오래된 식물원에서 발표한 것을 대신 올립니다. 그 때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었다.


작은 동네지만 지구의 끝이라고 느껴질 만큼 먼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발표를 한다는 것 자체로서 매우 기대되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현장은 썰렁하고 인적이 드물었다. 시간이 되면 오려나? 했는데 모두 5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성의껏 2시간 넘게 발표했다. 다 마치고 나서 깨달은 것은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다. 극소수의 참석 인원이었지만 그중 어느 누구도 미안해 하거나 안쓰러워하지 않고 진지한 태도를 유지했다. 한 가지 위안은 바닷가 외딴집에 사는 할머니께서 자기 집으로 초대해 차를 대접해 주었다. 그분은 오래전 퇴직한 선생님이라고 했다. 어쩌면 인위보다 자연이 차고 넘치는 동네에 와서 자연미술이 무슨 대수라고, 돌아오는 길은 구름이 짙어 바다는 더욱 검었다.

퇴직한 할머니의 집에 초대를 밭아 차를 마신 후 기념사진을 찍었다.

저작권자 ⓒ 중앙교육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