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의 교육단상,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중앙교육신문 승인 2024.04.15 05:51 의견 0

선거가 끝났다. 이긴 쪽이 있고 진 쪽이 있는데 크게 이긴 쪽도 만족하지 못하고 진 쪽도 그 실패에 심각하게 아파하지 않는 것 같다. 크게 이겨 집권당의 정치 기조를 바꾸고 새로운 개혁 입법을 기대했던 일반 국민들만 대체로 실망하는 것 같다. 교육계에서 이번 총선을 통한 기대했던 개혁 입법 중의 하나가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에 대한 것이었다. 22대 국회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해나가기를 촉구한다.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에 대한 최근의 판례는 2020년 4월 23일 헌법재판소의 정당법 및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판단이었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초·중등교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한 조항에 합헌 6인, 위헌 의견 3인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정당법 제22조 제1항 단서 제1호,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제1항 및 제4항에 대한 2014년 헌재 판결과 동일한 내용, 동일한 이유였다. “교원의 활동이 미성숙한 학생들의 가치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정당하다는 것. 이 판결에 대해서 청소년 단체조차 “교사의 정치적 자유 박탈, 학생을 위한 것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교사들로부터 정당 가입과 같은 중대한 정치적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하고 있는 법이 합헌 판결을 받은 것은, 여전히 학교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었다.

정치적 자유권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교원과 공무원의 경우 관련 법적 근거에 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정당 가입 및 활동의 자유, 선거운동의 자유, 피선거권의 보장 등 정치적 기본권이 포괄적으로 금지당하고 있다.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은 직업적, 교육적, 시민적 차원으로 구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교원의 집단적 이해 실현을 위한 직업적 정치 참여는 노조 활동을 통한 교섭으로 정치적 활동을 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노조의 정치 참여가 금지되어 있다.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2012 헌바 185 병합) 교육적 정치 참여를 보장한다고 되어 있으나 현실에서 그런 범위 내의 교육 활동은 없다. 교육적 정치 참여는 정치교육과 관련된 것으로 교육 또는 수업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문제이다.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공무원의 특수 신분으로 인하여 교원의 시민적 정치 참여는 전면적으로 부정당하고 있다. 이는 신분에 의한 차별 금지를 어기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교원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한 쟁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시민으로서의 교원과 공무원인 교사의 입장과 기대가 다르다. ‘공익’과 ‘직무 전념성’을 저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교원(공무원)의 정치 활동과 단체 활동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공무원이라는 특수 지위를 인정하더라도 비례성, 과잉금지,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시민으로서의 정치기본권을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둘째, ‘교원(공무원)의 정치 활동이 공익과 정치적 중립성을 저해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인과관계에 있어, 교원의 정치 활동과 공익의 관계가 적대적이라는 입장, 사안과 유형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는 입장, 오히려 상보적 관계라는 입장까지 다양하다. 셋째, 교원의 정치 활동 보장이 헌법(제1조)과 교육기본법(제2조)의 정신인 민주주의와 민주시민 양성을 촉진한다는 견해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다. 우리 사회는 정치와 ‘정치적’이라는 말을 불온시, 위험시 여기는 경향이 있고 헌재의 판결에서도 이런 편견이 무비판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정치는 공공의 평화나 안녕, 질서와 마찰을 빚을 수 있고, 교원의 정치 활동은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신장이 민주주의 또는 민주주의 교육의 선순환을 가져온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주의의 출발은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고, 교원(공무원)은 정책 집행과정의 체험에서 정보와 문제점에 대한 이해력이 높으며 정부의 공공성과 균형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결과적으로 민주시민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조리(條理)를 꼼꼼히 따져 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비교학적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첫째,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그 방법이 정당하고 합리적인가, 수단이 과잉되거나 비례성에 맞는 것인가 따져 봤을 때 우리나라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제한은 지나치고 민주주의 진전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감이 없지 않다. 둘째,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자.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 제한의 규정을 전혀 두지 않고 있다. 독일의 경우, “자유롭고 민주적인 근본질서(FDGO)에 대해 시인하고 그의 유지를 옹호해야 한다.”는 헌법 충성과 “공무원은 정치 활동에 있어서 일반에 대한 그의 지위와 공무원의 의무에 대한 고려에서 나오는 정도의 절제와 자제를 해야 한다.”는 근본 의무 규정만 있을 뿐 어떠한 정치 참여 금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독일연방의회의에서는 교사들이 단일 직업군으로는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일본도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제한을 직무 수행 중으로만 한정하고 사적 생활에서는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포괄적 제한 규정을 폐지하고 공사 관계를 막론하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해서는 안 되는 정치적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학 교원의 정치적 자유는 전면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선진국의 입법 경향이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와 국민의 법의식을 두루 참고해 볼 때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향적인 결단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법적인 방법은 현행 법률의 적극적 해석을 통한 실현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법 개정을 통한 전면적 허용 방안이 있다. 또한 교원의 정치적 자유권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방법이 있고, 영역별로, 단계적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면 교사 개인의 정치적 기본권은 현행 상태를 유지한 채 교원단체의 정치적 기본권을 풀어주는 방법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만 허용해 주거나, 정당의 가입과 활동까지 허용하는 방법도 있다. 일본처럼 근무 외 시간의 직무 수행과 관련되지 않은 활동만을 허용하는 방법도 있다. 현직 교원 공무원의 직무 전념 상의 문제가 있다면 교사들의 휴직을 활용하여 정당 활동을 허용하는 방법도 있겠다. 적어도 정치교육, 또는 민주시민교육 같은 교육적 정치 참여는 교사들에게 전면적으로 허용하여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민주시민 양성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18세 고3 학생들이 참정권을 행사하고 있는 시대이다. 학부모 단체도, 시민단체도, 교육공무직 단체도 지역 교육 거버넌스에 참여한다. 교육의 주류이며 교육 전문가인 교원 또는 교원단체만이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허울에 가두어 방관자가 되어야 하는가? 교원들의 음성적인 정치 활동을 양성화해야 한다. 22대 국회에서는 즉각 교원들의 정치기본권을 논의해야 한다. 교원들을 더 이상 호모 사케르로 만들지 말라!(주필 전종호)

* 호모 사케르, 이탈리아 문화비평가 조르주 아감벤, 권력에서 배제된 희생양을 의미함, 죽여도 살인죄로 처벌되지 않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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